브레이크 없는 운전학원 횡포…수강료 환불不可등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운전학원.’

자동차 1000만대 시대를 맞아 운전면허 취득 희망자는 나날이 늘고 있으나 자동차 운전학원의 횡포는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99년 1∼10월 접수된 운전학원 관련 소비자상담사례는 모두 546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5.5%나 증가했다. 이는 자동차 증가율 18.5%, 운전면허소지자 증가율 12.7%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증가율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가 사정상 중도에 교습을 그만둘 경우 수강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교습료를 환불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54.2%로 가장 많았다. 법규 미비와 행정당국의 허술한 단속 때문에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수강료는 절대로 못 돌려준대요. 한번도 강습을 받지 못했는 데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요?”

회사원 문현정씨(21)는 지난해 8월 직장 근처인 서울의 P운전학원에 등록하고 학과교육 기능교습 도로주행교육을 합쳐 수강료 65만원을 냈다. 며칠 뒤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 학원을 다닐 수 없게 되자 문씨는 학원측에 수강료 환불을 요청했다.

한번도 교습을 받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전액 환불을 기대했지만 학원측은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씨가 몇 번 항의하자 학원측은 “다른 수강생 1명을 데리고 오면 돈을 돌려주겠다”는 엉뚱한 답변을 해댔다.

김혜인씨(45)도 P운전학원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36만원을 기능교습 수강료로 내고 두 번 교습을 받은 후 갑자기 미국에 두 달 머무를 일이 생겼다. 수강료의 반만이라도 환불해달라고 했지만 학원측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교습을 그만둔다는 증거를 대라”기에 비행기 왕복표까지 가져가 보여줬지만 막무가내였다.

특히 운전학원 중 자체적으로 기능검정을 실시하기 위해 95년 도입된 ‘전문학원’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수강료 반환규정이 없다. 전문학원이 아닌 일반학원의 경우에는 학원법에 수강료 반환규정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원측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어 이래저래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실정이다.

또 운전학원들은 운전기능교습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사고처리비용을 수강생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보원 설문조사 결과 사고사례 12건 중 처리비용 (평균 7만4000원)을 수강생이 단독부담한 경우가 9건에 이르렀다. 소보원의 소비자불만 창구에도 92건이나 접수돼 자동차학원 관련 불만 중 사고관련 피해가 두 번째로 많았다.

대학생 강재현씨(21)는 지난해 경기도의 D운전학원에서 일주일째 기능교습 중 굴곡코스를 빠져나오다 센서기를 들이받았다. 차의 범퍼가 찢겼는데 학원측에서는 10여명이 몰려들어 “범퍼를 갈아야 하니 10만원을 내라”고 했다. 강씨는 운전강사가 옆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압적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물어주고 말았다.

운전학원 수강료도 학원측이 멋대로 정해 수강자들이 피해를 보기 일쑤다.

회사원 박종선씨(30)는 지난해 5월 서울의 D자동차학원에 기능교습 25시간에 대한 수강료 36만원을 선불로 냈다. 그러나 일반연습차가 아닌 센서가 장착된 ‘컴퓨터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실제 교습시간이 아닌 ‘컴퓨터차 세 바퀴〓1시간’이라는 학원측의 ‘공식’이 적용됐다. 이 차로 학원내 주행장을 한 바퀴 도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으니 수강료를 배로 물게 된 것. 학원측은 박씨가 이 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이 ‘공식’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 밖에도 소비자들은 강사의 불친절, 불성실한 강습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지니고 있으며 심지어 강사의 성폭력에 고통받은 수강생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과다한 수강료 △교습차량 부족에 따른 장시간 대기 △수강생 과다 등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소보원측은 “시민들이 자동차 운전을 편안하고 정확히 배울 수 있도록 운전학원에 대한 행정기관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며 “특히 전문학원의 경우 수강료 반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도록 경찰청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99년말 현재 전국자동차 운전학원은 443개이며 이 가운데 전문학원이 400개, 일반학원이 43개로 집계되고 있다.

<윤경은기자> 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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