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사회과학자의 글쓰기'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사회과학자의 글쓰기' 하워드 S. 배커지음/ 이성용·이철우 옮김/ 일신사/ 310쪽 9000원▼

사회과학자들을 위해 86년 미국에서 발간됐던 이 책은 80년대 미국에서 제기됐던 사회과학자들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지금 한국의 지식인들이 부러워하고 있는 미국 학자들의 명료하고 논리정연한 글들이 본래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예술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사실상 자신이 대학에서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는 약 30년 동안 사회학자로서 전문적인 글을 써온 경험을 살려 글쓰기 수업을 맡게 됐고 이 책은 그 산물로 나온 글쓰기 방법론이다. 이제 미국의 대학에서 글쓰기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과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단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적어라. 단 한번에 올바른 글을 써야 한다는 법은 없다.”

“반복하여 자신의 글을 면밀히 검토하며 수정하라.”

“다른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비판을 당당히 받아들여라.”

지나친 과장, 전문용어의 남발, 쓸데 없이 복잡한 문장구조 등 저자가 지적하는 글쓰기의 문제점은 바로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대 들어 대학입시에 논술이 포함되고 지식인들 사이에 글쓰기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논술을 제대로 지도할 수 없는 고교나 대학의 열악한 현실 때문에 이러한 반성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지식인들 사이의 글쓰기 논쟁은 메아리 없는 공허한 비판의 반복에 그쳐야 했고, 이제 그만 소모적인 비판보다 제대로된 성과나 내놓으라는 역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사회과학도인 옮긴이들이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이러한 논의를 생산적으로 이끌기 위해서일 것이다. 특히 장문의 ‘역자후기’는 외래용어선호, 주입식교육, 일류대 중심주의, 두뇌한국21 등 저자가 다루지 못한 한국 사회과학자들의 문제를 지적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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