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조용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각종 기록 갱신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가수 조용필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의 각종 기록을 갱신했다.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첫 대중가수, 공연 20일 전 관람권 매진, 관람권 유료 판매율 87%, 공연의 열기 등. 그가 10일부터 3일간 네 차례에 걸쳐 가진 콘서트에서 세운 신기록들이다.

관람권이 11월20일경 매진된 뒤에도 계속 구입 문의가 폭주하자 주최측 인사들은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다. 매회 2300여 객석은 빈 자리가 없었고 네 차례 9200석 중 8000여석(87%)이 유료 판매였다. 예술의전당 측은 “불가피한 초대권만 아니었다면 거의 전부가 유료였을 것”이라며 “조용필의 기록은 93년 오페라극장 개관이래 최고”라고 말했다.

기록은 이뿐 아니다. 예술의전당 측이 새긴 ‘보이지 않는’ 값진 기록이 따로 있다. “관객과 호흡하는 진정한 뮤지션”이라는 평가가 그것. 그는 공연에 앞서 지독하리만큼 철저한 연습과 사전 준비 등으로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것.

그는 12월초부터 예술의전당 무용실에서 하루 종일 연습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를 본 한 관계자는 “수 백번도 더 불렀을 자기 노래를 다시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것을 보고 그냥 조용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드러나지 않는 기록이 또 있다.

조용필의 출연료는 2억여원. 그는 이 돈을 전부 무대에 쏟았다. 조명과 음향, 영상 설비 등을 세심하게 신경썼다. ‘돌아와요 부산항’ ‘창밖의 여자’ 등 노래가 유행했던 시기에 따라 음향이 모노 스테레오 서라운드 등 세 종류로 달라지게 설계했다. 조용필은 직접 4층 객석까지 앉아본 뒤 음향을 ‘디자인’했고 영상 자료 등을 직접 챙겼다. 객석까지 쏟아진 현란한 조명 또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다.

조용필 공연에는 뒷말도 있었다. 오페라 극장이 대중 가수에게 문을 연 것에 대해 따지는 성악가도 있었다. 최종률 예술의전당 사장은 이에대해 “조용필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구분을 뛰어 넘는 뮤지션이라며 성악가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연을 전후해 조용필이 세운 각종 ‘기록’은 그 성악가를 무색케 했을 것이다. 관객들도 공연장에서 환호와 갈채로 조용필의 음악 열정에 응답했다. 조용필의 기록은 앞으로 대중가수든 성악가든 오페라 극장의 무대에 서는 모든 음악인과 비교될 것 같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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