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경향에 비친 경기]올해는 "완연한 봄"

  • 입력 1999년 11월 2일 20시 03분


‘치마 길이가 호황 때는 짧아지고 불황 때는 길어진다.’

패션 업계에서 흔히 경기의 척도로 인용하는 말이다. 그만큼 경기가 패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경기와 패션의 함수 관계에 비춰 최근 패션 경향을 보면 올해 경기는 ‘완연한 봄’이라고 할 수 있다.

▼ 남성복매출 두자릿수 증가 ▼

우선 경기에 따라 매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남성복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작년에 비해 남성 캐주얼은 48%, 정장은 19%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소재고급화도 호경기의 대표적인 현상. LG패션은 고급 소재인 캐시미어를 사용한 정장 모델을 작년보다 두 배 늘렸다. 로가디스의 ‘언컨수트’ 바쏘의 ‘극세번수 수트’ 등도 모헤어와 실크같은 고급 원단을 사용한 정장으로 올해 들어 등장한 제품들.

색상에서도 경기회복세를 읽을 수 있다. 작년에는 이른바 ‘IMF색상’인 검은색과 회색이 남성복 여성복 할 것 없이 주종을 이뤘지만 올해는 카키 오렌지 브라운 레드 아이보리 핑크 블루 등 다양한 색상이 백화점 매장을 장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의류패션팀 김동환대리는 “파격적인 색상이 겨울 제품에도 대거 채택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 가죽의류 뜨고 패딩옷 퇴조 ▼

호경기에 잘 팔리는 가죽제품의 ‘득세’도 주목할 만한 변화. 업계에 따르면 구두의 경우 작년에는 가죽제품과 패브릭(천 종류)제품이 5대5 비율이었지만 올해는 9대1의 비율로 가죽제품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의류에서도 불황으로 주춤했던 가죽의류가 앞다퉈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무채색이 특징이던 가죽제품에도 원색의 컬러가 많이 채택된 것이 특징. 반면 보온 등 실용적인 기능으로 지난해 크게 인기를 끌었던 패딩제품은 눈에 띄게 퇴조했다.

의류 브랜드들이 ‘고가(高價)라인’을 늘리는 것도 올들어 달라진 현상. 같은 브랜드이면서도 소재와 디자인을 고급화해 해당 제품에는 다른 색의 라벨을 붙이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

여성 캐릭터 정장 가운데 ‘타임’‘아이잗바바’‘앗슘’‘안지크’ 등이 이같은 ‘고가 라인’을 잇따라 내놓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라도 최고급 제품만을 입는다’는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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