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서씨 장편 ‘아우스랜더의…’, 겉도는 이방인 삶 다뤄

  • 입력 1999년 10월 15일 18시 45분


“외국에 살고 있어 이방인으로 분류되는 사람,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해 내면의 이방인이 된 이들…. 그 모든 존재의 소외를 소설로 표현하려 했어요.”

재독(在獨)한인을 소재로 한 장편 ‘아우스랜더의 사랑’(세계사)을 낸 작가 김현서(39)의 말이다. ‘아우스랜더’란 독일어로 이방인이라는 뜻.

작품을 읽으면서 언뜻 작가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힘들다. 등장인물들은 갓 사회에 던져져 삶을 꾸려가거나 사랑에 눈을 뜨는 ‘신세대’. 그러나 작품 중간중간에 작가가 던져 놓은 인간관계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대한 발언들은 만만치 않은 연륜을 느끼게 해준다.

무대는 통일독일의 수도로 건설작업이 한창인 베를린. 독일 이민자인 주인공 정희, 유학생 준서, 입양아 틸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한국인’ 또는 ‘이방인’이 등장한다.

“정희는 모순적인 주인공이지요. 독일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붙박이처럼 자신을 가둬온’ 엄마에 대한 연민이 그의 행동을 규정하지만, 그도 가족을 가지고자 하는 욕구에 자기를 묶어둡니다. 결국엔 주위에 마음을 열게 되죠.”

작품 중간중간 동서독 출신 독일인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 외국인 배척, 한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 양국의 사회적 이슈도 등장한다.

언뜻 자전적 소설처럼 보이지만 정작 김씨가 독일에 체류한 기간은 94,97년을 합쳐 4개월 남짓. 독일어를 배울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같은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에 유학 중인 동생과 친구들에게 수많은 ‘자문’을 구했다”고 말했다.

96년 단편 ‘눈, 육체의 풍경’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97년 ‘아우스랜더의 사랑’을 제출해 대산문학재단의 창작지원금 1000만원을 받았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