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의상(衣裳)

  • 입력 1999년 9월 1일 10시 28분


옷을 뜻하는 한자 ‘衣’는 전형적인 상형문으로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옷의 목 부분을 포함하여 좌우의 깃을 형상화한 것이다. 裳은 치마, 즉 바지다. 그래서 본디 衣裳이라면 아래 위의 옷을 각각 일컫던 말이었다.

인류가 옷을 입은 지는 무척 오래되었다. 초기에는 대체로 자연에 널려 있는 것을 이용했던 만큼 목적도 단순했다. 그래서 더우면 시원한 낙엽 같은 것으로, 추우면 두꺼운 가죽옷을 입었으며 야외활동에서 몸을 감쌀 수 있는 옷을 입었다. 적응의 기능이 중시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후에 오면 장식의 기능이 추가된다. 이 때부터 옷은 신분 성별 단체 사회적 지위를 구별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은 이 때 나오게 된다. 사람이란 입은 옷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옛날 왕은 微服潛行(미복잠행·일부러 남루한 옷을 입고 몰래 다님)하여 民心(민심)을 살폈는가 하면 고생 끝에 성공한 사람은 錦衣還鄕(금의환향)함으로써 자신의 성공을 알리기도 했다.

그런데 옷은 인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공자의 패션관에 의하면 군자는 감색과 분홍색, 자주색은 피해야 하고 沐浴齋戒(목욕재계)후에는 반드시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이른바 衣冠(의관)을 단정히 해야하는 것이다.

그것은 격에 맞는 옷차림이다. 그래서 공자는 ‘濫觴’(남상)의 고사에서 분에 넘치는 옷을 입고 나온 제자 子路(자로)를 꾸짖었으며 주제넘게 錦衣還鄕을 꿈꾸었던 項羽(항우)는 부하 韓生(한생)으로부터 沐후而冠(목후이관·원숭이에게 관을 씌운 꼴)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고위 공직자 부인들의 고급 衣裳사건으로 聽聞會(청문회)까지 열렸지만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모두가 분에 넘치는 옷을 꿈꾼 데서 비롯된다.

한자말 猖披(창피·부끄러움)는 본디 ‘혁대를 두르지 않은 옷차림’ ‘미친 사람처럼 옷을 마구 풀어헤친’데서 나온 말이다. 참으로 猖披한 노릇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chung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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