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오디세이 3000'/미래인류는 행복할까?

  • 입력 1999년 8월 27일 17시 49분


▼'오디세이 3000' 게로 폰 뵘 지음/장혜경 옮김/끌리오 펴냄/256쪽 10,000원▼

당신은 과학과 관계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하는가. 물리나 수학은 젬병이라고, 학창시절 죽어라 외웠지만 살아가며 인수분해는 물론 화학식 하나 써먹을 데가 없다고….

그러나 지금 이순간도 당신은 결코 과학과 떨어져 있지 않다. 당신이 즐기는 할리우드영화를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라도 과학적 지식은 필수다. ‘터미네이터’를 보면서 어떻게 사이보그를 얘기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면 과학과 일상의 결합은 다가올 미래에 해피엔딩으로 귀결될까.

이 책은 그 질문의 답을 구하는 미래예측서. 생식의학과 복제기술, 생각하는 로봇, 도시문제, 바이러스 전쟁, 종(種) 다양성 파괴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서기 2030년, 서구 산업사회는 인간 배양에 성공했다. 50%에 가까운 아기가 거대한 생식 클리닉의 시험관에서 태어나고 있다.’

저자는 각 장의 서두를 2030년의 풍경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흡사 SF영화 도입부 같다. 그러나 저자의 예측은 허황하지만은 않다. 세계각국의 현재 연구수준을 종합해서 청사진을 그렸기 때문이다.

‘엄마 기계’가 꿈이라고? 도쿄 준텐도 병원 요시노리 쿠와바라 교수는 몇년째 인공자궁에서 양의 태아를 키우고 있다. 영국 바스대의 조나단 슬랙 교수는 이미 97년 실험실에서 머리없는 개구리를 탄생시켰다. 인조인간의 원형에 해당할 MIT의 로봇 ‘콕(Cog)’, 인류를 최소한의 숫자만 남기고 싹쓸이할 ‘바이러스 X’….

도쿄 브뤼셀 애틀랜타 보스턴 등지에 있는 첨단연구의 현장을 종횡무진하며 에드워드 윌슨(미국 하버드대 사회생물학)등 당대 최고수준의 연구가들을 인터뷰한 기록이 풍부하다. 이것만해도 질 높은 정보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백화점식 최신 정보 나열이나 그럴듯한 미래예측에 있지 않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진보가 야기하는 새로운 인간실존의 문제.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짚어내고자 하는 핵심이다.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로봇이 만들어지면 인간의 지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복제인간 탄생이 시간문제라면 인간과 복제인간을 가르는 ‘인간다움’은 이제 어떻게 정의되어야 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탐색한다.

책의 원제는 ‘미래로의 여행’. 독일 중앙방송(ZDF)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글로 옮긴 것이다. 저자는 문화와 과학관련 다큐멘터리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저널리스트.고전부터 최신영화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용과 비유 덕분에 ‘딱딱하고 건조한 교양과학서’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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