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權주의 어디까지 왔나]페미니즘? 피메일피즘?

  • 입력 1999년 8월 8일 18시 26분


아스라이 잊혀져 가는 사건. 어린이와 교사 23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기 화성군 씨랜드 참사. 씨랜드 허가당시 담당자였던 이장덕계장의 비망록이 공개됐을 때 여성계는 ‘그 것 봐라’며 반가워 했다. 남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공직에서 여성이 불법허가를 내주라는 상사의 압력과 폭력배의 협박에 저항한 것은 ‘부패에 물들지 않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라는 ‘운동권적 시각’이 있었다.

여성은 확실히 남성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할까. 20세기말 생태페미니즘은 ‘여성적’ 특성이 억압과 파괴로 얼룩진 남성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아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뛰어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99년 8월 페미니즘의 현주소.

◆페미니즘

21세기는 여성이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긴 여성우월주의 서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서적은 ‘정보화사회가 여성의 특성과 더 잘 맞는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것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공간에서는 현실에서보다 성적 구별이 덜 중요하며 오히려 여성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사이버 페미니즘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신분과 직급에 관계없이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는 사이버 공간이 바로 여성이 바라는 ‘사회’라고 본다.

각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생태페미니즘과 문화페미니즘도 여성에게는 ‘복음’이다. 남성의 단선적 획일성보다 여성의 다성적 ‘음양의 열림’이 탈근대의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성은 모더니즘의 관점에서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아 오늘의 환경문제를 일으켰으니 문명의 주역이 저지른 훼손을 여성적 보살핌으로 치유하자는 것이 생태 페미니즘의 입장. 문화페미니즘은 타자를 인정하는 탈근대의 논리로 여성적인 것을 꼽는다. 둘 다 모성을 찬양하고 소유 대신 관계를 중시한다. 그러나 이론은 멋진데 여전히 성차별은 존재한다.

서울대 페미니스트모임의 웹진 ‘달나라 딸세포’에 올라온 ‘페미니즘에 대한 시론’. “얼마 전 교수께서 ‘여성의 세상이 도래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여학생의 기가 너무 세고, 남학생의 기가 너무 약하다. 그러므로 남학생은 보다 남자다워져야 한다’고 하셨다. 과연 21세기를 앞둔 지금, 가부장제는 흔들리고 있는가. 그러나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소수로 남아 있다. 오히려 여성억압의 현실이 더욱 교묘해지고 정교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피메일리즘(Femaleism)

올 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제 페미니즘이 피메일리즘으로 대체돼야한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성적 차별’은 문화적 산물로 양육의 관습과 입법화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돼 왔다. 그러나 피메일리즘은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요구한다. 피메일리스트들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뇌와 신체가 작은 사실을 인정하나 여성이 남성에 비해 뛰어난 부분이 많다는 점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캘로 타브리스가 저서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또하나의 문화 펴냄)에서 편 주장. “남녀는 분명히 유별하고 성(性)의 다름은 우열의 잣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둘 가운데 좋은 것을 서로 나눠 갖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또 페미니즘

하지만 여성이 더 뛰어난 부분, 또는 좋은 것을 드러내기엔 장애물이 상존한다. 무엇보다도 남성의 기준으로 돼 있고 무의식속에 자리잡은 가부장적 관습이 너무 뿌리깊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신혜수씨(한국여성의전화연합 대표)는 “남녀가 다르기 때문에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 반(反)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인데 피메일리스트처럼 여와 남은 다르다는것을인정하고서도남녀평등이이룩될지의문”이라며“남녀는 동등하므로 여성이 남성처럼 모든 권리와 책임을 실천하고 사회의 주류에 참여하느냐가 페미니즘의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의 여권운동단체인 전국여성기구(NOW)는 최근 총회를 열고 내년 가을 120개국 1633개 단체가 참여하는 ‘2000년 세계여성행진’ 행사를 갖기로 했다. 패트리셔 아일랜드 NOW회장은 인터넷홈페이지에서 주창했다. “이 행사는 모든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여성이 단합하는 범세계적인 페미니즘운동의 시작이 될 것이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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