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마지막 칸타타」

  • 입력 1999년 7월 9일 19시 30분


▼「마지막 칸타타」필립 들레리스 지음/임현 옮김/세종서적/344쪽 7500원 ▼

1747년 바흐는 프로이센의 젊은 군주 프리드리히 2세의 초청으로 포츠담을 방문한다.프리드리히 2세는 5음표로 된 테마를 제안하고 바흐는 훌륭한 즉흥연주로 화답한다. 이후 라이프치히로 돌아온 바흐는 ‘음악의 헌정’이라는 푸가곡을 완성한다. 이 음악에는 독일의 패권 장악을 꿈꾸는 대왕의 정치적 야심과 함께 바흐의 은밀한 고백이 숨겨져 있는데….

프랑스 국립음악원 출신인 저자가 음악사 지식과 바흐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쓴 음악 추리 소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미스터리 기법을 사용,흥미롭게 서양 고전음악의 역사를 탐독할 수 있게 한 소설이다.

당시의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떳떳이 밝힐 수 없었던 바흐가 이 악보 속에 이중삼중으로 숨겨야 했던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그 비밀은 바흐로부터 영향을 받은 모차르트 베토벤 바그너 말러 베베른 등 독일 최고의 음악가들에게 큰 계보를 이루며 면면히 전해진다.

무대는 다시 현대로 돌아온다. 파리 국립음악원에 재학중인 래티시아는 바로 이 바흐의 푸가곡에 나오는 ‘대왕의 테마’를 주제로 한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주변에서 바흐의 ‘음악의 헌정’의 비밀에 접근해 가는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된다. 결국 비밀의 실마리를 찾고자 래티시아는 바흐가 이 음악을 작곡했던 성토마스교회를 찾아가는데….

이 소설의 묘미는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시점 사이사이로 과거 작곡가들의 행적이 삽입돼 있다는 데 있다. 이 소설에서는 바흐와 모차르트, 모차르트와 베토벤, 바그너와 말러, 말러와 베베른이 각기 만나는 장면이 서술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음악사적으로 사실이거나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

특히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모차르트의 죽음에 대해서는 가장 상세하게 역사적 고증을 시도한다. 작가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환상곡 K475가 바흐의 ‘대왕의 테마’를 인용한 점을 들어 모차르트의 죽음을 바흐의 숨겨진 비밀과 연관시키고 있다.

바흐가 음악의 숫자화와 기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바흐는 각 철자에 알파벳 서열 번호를 붙이거나 혹은 C음부터 시작하는 각 음에 번호를 붙여 일정한 규칙에 의거해 음악을 작곡하곤 했다. 이 소설에서도 바흐가 ‘’음에 ‘죽음’이란 의미를 부여했다는 데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부여한다.

작가는 30여권의 음악사 관련 서적을 참고하며 고증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 헷갈릴 지경. 그러나 작가는 “독실한 루터교 신자였던 바흐가 가톨릭으로 개종했다는 마지막 부분은 픽션”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작의 난해함을 정확하고 쉽게 풀어낸 번역도 돋보인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매우 흥미롭게 읽힐 만한 책. 그렇지 않은 독자도 한없이 반복되면서 조성을 변주해나가는 푸가곡의 묘미에 빠져들며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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