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월스트리드, 누구를 위해 어떻게…」

  • 입력 1999년 6월 18일 19시 27분


▼「월스트리드,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더그 핸우드 지음, 이주명 옮김 사계절 540쪽 13,000원▼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가로 고금리 고실업 마이너스성장을 감내하고 알짜배기 기업을 해외에 매각해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은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미국 금융자본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한국 경제는 당분간 월스트리트 논리의 지배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춤추고 있는 한국 증권시장의 모습은 이런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진단,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월스트리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 책은 이같은 현실에서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미국 금융자본주의와 세계 경제의 핵심을 날카롭게 분석해내고 있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지난해 1월 MIT 루디거 돈부시 교수가 “IMF는 미국이 해외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쓰는 장난감”이라고 한 말을 인용, 미국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잠재적인 경쟁자에서 자회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90년대말 미국 경제가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이 ‘자신의 장난감’ IMF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진해온 금융자유화에 상당부분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도 미국식 금융개혁이 한창 추진되고 있으나 지난 20년 동안 미국식 개혁을 추진해온 중남미 국가들의 경험에서 보듯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 저자는 한국의 경우 오히려 국내외 금융구조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국가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경제발전을 달성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에서 뉴스레터인 ‘레프트 비즈니스 옵서버’(www.panix.com/~dhenwood)를 발간하고 있는 좌파 성향의 독립 저널리스트.

현재 미국의 금융 및 소유관계는 다른 사회적 메커니즘과 연결돼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경제질서를 낳았다는 게 그의 시각. 최근 주식투자 열기가 뜨겁게 일어 중간계층 이상은 뮤추얼펀드 투자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파산신청을 하는 하위계층도 급증하는 등 미국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저자는 또 시장의 힘이 정부보다 더 세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공공고용증진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제안도 ‘시장이 좋지 않다’는 말만 나오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 금리생활자가 어떻게 정부와 기업에 대한 지배를 강화해왔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제시에는 미흡하다.자본통제 부유세과세 금융거래세강화 등을 들고 있지만 개설수준에 머물고 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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