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스님에 듣는다]『괴로움 이겨야 열매 맺는법』

  • 입력 1999년 5월 14일 19시 31분


『괴로운 일은 괴로운 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지. 달게 받아 극복해야 꽃 피고 열매 맺는 법. 실수가 주먹만하면 주먹만한 성공이 있고 태산만하면 태산만한 성공이 있으니 노력에 노력을 해주길 바라요.』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혜암(慧菴·79)큰스님은 불기 2543년 부처님 오신날(22일)을 앞두고 “괴로운 일이 지나간 뒤에 좋은 일이 있는 법”이라며 당장 어려운 일이 있어도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11일 조계종 10대 종정에 취임한 뒤에도 장좌불와(長坐不臥: 눕지 않고 앉아서 수행함)의 참선 수행을 계속하고 있는 혜암스님은 14일 오전 경남 합천 해인사 원당암(願堂庵)에서 기자들과 만나 “군인은 군인으로서, 스님은 스님으로서 누구든지 자기 분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정 취임과 함께 내린 교시(敎示)는 어떤 내용입니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종단이 갈등과 혼란에 빠진 이유는 계율을 숭상치 못하니까, ‘부처님의 법’을 등지니까 어지러운 것입니다. 그래서 지계청정(持戒淸淨: 계율을 엄중하게 지켜서 청정한 중 노릇을 하자)과 종풍선양(宗風宣揚: 종단의 바른 기풍을 드러내자), 전법도생(傳法渡生: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중생을 제도하자)으로 삼았어요.”

―수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으로 봐야 하는지요.

“수양의 목적은 아무 것도 없어요. 팔만대장경을 뚤뚤 뭉쳐놓으면 ‘마음 심(心)자’ 하나 밖에 없는 것이고, 중생제도하라는 한 말뿐입니다.”

―스님께서는 성철(性徹)전종정과 함께 돈오돈수(頓悟頓修: 한번 깨치면 곧바로 부처가 됨)를 주장하셨지 않습니까.

“중 노릇을 하면서 저는 선지식을 차별없이 찾아다녔어요. 많은 선사들이 ‘돈오점수(頓悟漸修: 깨친 뒤에도 계속 수행을 해야 함)’를 말씀하십디다. 그런데 성철 스님이 돈오돈수를 말해요.그 까닭을 물으니 ‘누구와 통할 사람이 없다’고 해요. 그래서 역대 조사(祖師)들의 어록을 다시 보니까 깨닫는 것 자체가 불법(佛法)이고 수행은 방편에 지나지 않더라고요.”

―제자들에게 늘 강조하시는 다섯가지의 계행(戒行)이 있다던데 어떤 것입니까.

“첫째로 밥 많이 먹지 말라는 것이지. 밥을 많이 먹으면 변 나오고 몸도 무겁고, 잠도 오고. 앉았기만 하지 공부가 안돼요.”

스님은이대목에서신이 나는듯 손짓도 커졌다.

“둘째는 공부하다, 도닦다 죽으라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모두 죄짓는 일이거든. 공부하다 죽으면 수지맞는 거지 뭐. 다음으로는 정진하고 남을 도와라, 주지 등 소임을 맡지 마라, 일의일발(一衣一鉢: 옷 한벌과 밥그릇 한개)로 청빈하게 살아라 등입니다.”

혜암스님은 요즘 재가불자(在家佛子: 출가하지 않은 불교 신도) 선원(禪院)인 선불당(選佛堂)에서 생활하고 있다. 장좌불와로 철야정진을 하며 신도들과 함께 오전 3시와 오후 7시 죽비(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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