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선배「노하우」 DB구축…후배들『산지식 쏙쏙』

  • 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49분


「업무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후배에게 전수한다.」

기업에서 업무 노하우는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무형의 자산.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현실에서는 책임자가 바뀌고 맡은 일이 달라지면 그동안 쌓은 귀중한 ‘노하우’가 사장(死藏)되기 일쑤다. SK㈜는 이같은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선배들의 노하우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후배들이 전수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사내 ‘직능교육제도’를 마련,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사람이 바뀌면 그의 노하우도 날아가버리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참고할 만한 제도.

▽6천여권 분량의 ‘노하우’ 데이터베이스〓SK는 97년 능력과 업적 중심의 새로운 인력관리제도를 개발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사내교육제도로 ‘노하우 데이터베이스’구축을 시작했다. 97년 9월부터 각 업무의 전문가들인 차장 과장 대리급 직원 6백60여명이 모여 한 직무에 노하우 50개씩을 추출, 5백50개 직무에서 각각 A4지 25장 분량의 책을 만들기 시작한 것.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대졸사원 대상의 노하우 지침서만 1천3백여권이 제작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됐다. 역시 3년전부터 데이터베이스화가 진행중인 생산현장에서의 ‘작업표준’‘업무절차서’ 등을 포함하면 모두 6천여권의 책이 만들어진 셈. SK㈜는 연내에 1천3백여권을 추가 제작해 모두 7천3백여권 분량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베이스의 활용〓신입사원의 경우 1년에 6개 과목을 선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공부하도록 하고 리포트나 논문형태의 보고서를 선배들에게 제출, 평가받도록 했다. 대리는 연간 4과목, 과장은 3과목, 차장은 1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계업무를 맡게된 대졸신입사원의 경우 ‘세무조사’‘외환시장’‘국내자금시장’‘재무제표분석기법’‘주식이동’‘M&A 세제지식’ 등 70개 과목중 6개를 선택, 이수해야 한다. 구매담당자는 ‘수출입업무지식’‘구매관리지식’‘지방세기초지식’‘자재관리지식’‘감가상각실무지식’ 등 70개 과목중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강사로 선정된 차, 과장급 직원들은 업무시간이 끝난 뒤 수강신청서(개인별육성계획서)를 제출한 직원들을 만나 강의하기도 하고 사내 인트라넷망을 통해 교육과 관련된 정보도 교환한다.

회사는 사원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다섯 단계로 점수를 매겨 연말 인사고과에 20% 반영한다.

▽직원들 반응〓신입사원들의 호응은 폭발적. 업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원하기만 하면 직무와 관련없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도 배울 수 있기 때문. 과장 이상급에서는 “힘들다,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지만 새로운 노하우를 익힌다는 생각에 규정 과목을 초과해 이수하는 경우도 많다.

인력팀 직능개발담당 고대환(高大煥)과장은 “데이터베이스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노하우를 추출하는 작업이었다”며 “제도를 좀더 보완해 이 제도에 대한 특허도 출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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