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짠돌이」,「정보=돈」무장 알뜰파 부쩍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현대산업개발 대구지사 도기탁씨(29). 레스토랑도 할인쿠폰이 없는 곳은 가지 않는다. 자동차 기름도 낮엔 가솔린의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밤에만 넣는다. 휴대전화 요금을 자동이체해 1% 할인받는 것은 물론 요즘에는 요금고지서를 E메일로 받아 2백50원을 추가 할인받고 있다.

‘정보〓돈’임을 알고 실천하는 20, 30대 직장인과 주부. 배를 곯고 자란 세대는 아니지만 단돈 1백원, 1%의 할인이라도 찾지 않으면 왠지 손해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를 놓고 판매업계에서는 “정보사냥꾼인 신악(新惡)이 에누리하는 구악(舊惡)보다 더 무섭다”고 평한다.

▼ 정보는 돈 ▼

신세대 ‘짠돌이’의 기본은 정보검색. 인터넷에서 ‘공짜’라는 검색어를 치면 뜨는 수백개의 ‘공짜 사이트’가 주 활동무대.

D증권 신원희대리(32)의 수첩에는 각종 경품 발표일이 빽빽히 적혀 있다. ‘화요일 LG칼텍스 응모발표’ ‘토요일 나우누리 네버스탑 발표’ ‘월요일 현대 걸리버 당첨’…. 신씨는 매일 한두건씩 인터넷을 통해 경품행사에 응모하고 발표일을 기다린다. “일정량의 광고를 클릭한 댓가로 통장에 5백원씩 들어오거나 가끔씩 생각지도 못한 경품을 탈 때면 쏠쏠한 삶의 재미를 느낀다.”

동아일보 투데이면(2면)의 ‘무료랍니다’란 등 신문정보와 광고 전단지, 카드요금 고지서에 들어 있는 할인쿠폰 등으로 스크랩북을 만든 이혜선주부(29·경기 분당 효자촌). “이웃 아주머니들과 어디서 얼마에 샀다는 정보를 주고 받는다. 조금이라도 비싸게 샀으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 무서운 세대 ▼

요즘 영화 시사회에는 대형극장도 30분 이전에 가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시사회장 순례가 취미인 영화광 최송정씨(32). “PC통신이나 인터넷을 뒤져보면 무료시사회 일정이 나오는데 돈을 들여 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

10만원짜리 상품권으로 구두세일 때 6만원짜리를 사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찾아가는 경우는 많았지만 요즘엔 문화상품권까지 환불해가는 ‘신악’도 등장. 주요 타깃은 현금환불을 잘해주는 영화관.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CGV영화관 관계자는 “지난 여름만해도 문화상품권으로 표를 산 뒤 ‘사정이 생겼다’며 환불해가는 경우가 2백여건이었다”고 하소연.

신혼주부 강지영씨(27·서울 도봉구 창동)는 남편 회사에 전화할 때도 집 전화 대신 핸드폰을 사용한다. 패밀리요금으로 신청해 공짜이기 때문. 신세기이동통신 017패밀리 통화의 가입자는 50만명.

‘최저가 보상제도’를 실시하는 할인점 E마트의 장혜진주임. “주변 점포보다 비쌀 경우 차액을 2배로 보상하고 있는데 1,2백원 차이라도 영수증을 들고 와 보상금을 챙겨가는 모습에서 소비의식의 변화를 느낀다.”

에누리정보의 서홍철사장. “통신요금 자동차유지비 상품구입비는 정보를 잘 활용하면 20∼30%까지 줄일 수 있다. 쓰레기처럼 많은 정보 중 필요한 것만 부지런히 골라내는‘눈’이 신세대 짠돌이의 자격요건이라 말할 수 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