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중문화 정면서 다룬 2권의 책 『화제』

  • 입력 1998년 10월 26일 19시 43분


마침내, 일본 대중문화의 물꼬가 트였다.

누구는 일제 문화상품의 국내시장 잠식을 우려하기도 하고 누구는 개방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누구는 일본문화 개방은 단순히 문화상품이 아니라 일본의 정신 아니, 일본 그 자체가 몰려오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개방 논의의 비개방성이 개방의 명분과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 의론에 앞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일본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한번 진지하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때에 마침 일본 대중문화를 정면에서 다룬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문화경제평론가’ 김지룡씨(34)의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명진출판).그리고 만능 엔터테이너 이규형씨(41)의 ‘J·J가 온다’(해냄).

일본 게이오대(경영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씨. 그의 글은 시작부터 범상치않다. ‘선동열을 읽으면 일본이 보인다’를 보자.

일본 프로야구의 ‘자이언츠 대 반(反)자이언츠’ 구도를 통해 일본 사회의 ‘도쿄대(大) 대 비(非)도쿄대’로 압축되는 주류와 비주류사회의 이항(二項) 대립을 집어내고 비주류 문화로서 영컬처(Young Culture) 서브컬처(Sub Culture) 대중문화의 위상을 새롭게 자리매김한다.

‘나는 일본문화…’는 출간 당시 한일문화 교류의 실질적인 아이디어와 그 관점들을 생산하여 일본에 대한 이해를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책에는 일본 문화를 주체적이고 공격적으로 접수한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열 배, 스무 배가 넘는 일본의 문화시장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공략할 것인가, 그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일제 대중문화 상품들이 어떤 시스템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마케팅 전략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는지 드물게, ‘산업적인 코드’로 분석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이 책은 때마침 일본 문화 개방에 맞춰 일본에 수출돼 또 한차례 화제가 됐다. 일본 마사다출판사에서 12월말 출간 예정.

‘나는 일본문화…’가 일본문화의 ‘속’을 꿰뚫는 심층적인 지형도를 제시한다면 이규형의 ‘J J…’는 다양하다못해 기기묘묘하기까지 한 일본문화의 ‘겉’을 훑는 생생한 현장 리포트.

논노에 실린 옷을 입고 X―JAPAN의 노래에 열광하고 슬램 덩크(Slam Dunk)에 매료된, 나면서부터 일본을 보고 느끼는 우리 젊은 세대들을 위한 일본 대중문화 제대로 읽기라고나 할까. 국민적 영웅으로 떠받들여지는 연예계의 스타에서부터 안방까지 침투한 포르노산업의 현주소를 구석구석 헤집는다.

영화감독과 만화 TV드라마의 제작 기획자, 소설가 수필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재치와 순발력이 넘치는 그의 책은 모처럼 ‘가볍게 읽히는’ 글의 상쾌함을 일깨워준다.

젊은층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최근 종합순위 상위권에 진입하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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