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오페라 「이순신」 리허설을 보고]탁계석

입력 1998-09-18 19:28수정 2009-09-2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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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 시대는 명작을 낳는 것일까.

미리 가본 이충무공 순국 4백주년 기념 오페라 ‘이순신’의 리허설 현장인 충남 아산 현충사 경내는 풍전등화의 조국을 구한 장군의 기개가 쩌렁 쩌렁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로 시작하는 장군의 아리아(바리톤 고성현)는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에서처럼 적막 속에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미가 일품이었다.

건국50주년, 한국 오페라 50년사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이는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세계무대를 겨냥해 제작된 최초의 창작 오페라란 점 때문에 더욱 돋보였다.

이탈리아 작곡가 니콜로 이우콜라노의 3막 오페라는 제1막 조용한 아침의 나라, 제2막 왜적의 침입과 굴욕, 제3막 전투와 충무공의 순국으로 짜여졌다. 장군의 일대기는 숨쉴 틈 없는 긴장감과 그랜드 오페라의 장엄미의 조화 속에 펼쳐졌다.

한국 전통악기와 5음계가 자연스럽게 용해되어 이탈리아 오페라를 번역해서 부를 때보다 훨씬 친근미를 더해준다.

오케스트레이션의 풍부한 화성과 변화, 꽉찬 합창의 웅장함, 전투장면의 격렬함, 매끄러운 전체 흐름 등이 잘 어울린 수준높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풍속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화관무, 상복을 입은 민중의 모습, 장군과 병사들의 복장 등은 문화상품으로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작품이란 확신을 갖기에 충분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의 음악인들이 항상 부러워했던 오페라 ‘투란도트’ ‘나비부인’처럼 이제 이 작품으로 인해 우리 것도 세계화될 수 있겠구나 하는 흥분에 싸이기도 했다.

물론 세계적인 명작이 모두 그러했듯이 앞으로 작품을 더욱 잘 다듬고 고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제2의 건국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정신의 고양에서 비롯된다. 베르디가 오페라를 통해 국민의 애국심을 호소했던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어려운 시기에 탄생한 대작 오페라 ‘이순신’은 높은 예술성과 작품성을 바탕으로 국민적인 성원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탁계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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