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방북기③]백두산 「항일 口號나무」철저 보존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40분


백두산 일대에서 활동했던 항일 유격군의 전적지 보존관리에 쏟는 북한 당국의 노력은 치밀하고도 철저하다. 대표적인 예가 항일유격군이 머물렀던 숙영지에서 발견된 구호나무의 보존관리.

삼지연에서 동남쪽으로 10㎞가량 떨어진 청봉숙영지에서 발견된 구호나무 20여그루는 손상을 막기위해 8∼11m높이의 두꺼운 6각형 전도유리로 씌워 보존하고 있다. 참관객들이 없는 밤에는 두꺼운 휘장으로 전체를 감싼다.

여기에다 내부는 순도 99%의 아르곤으로 채워져 있고 섭씨 20도의 상온을 유지하기 위해 컴퓨터 시설을 갖춘 중앙통제소에서 관리하고 있다.

혹시 부근의 나무가 쓰러져 구호나무를 훼손시키는 것을 막기위해 고목들을 철봉으로 떠받쳐 놓은 것은 물론 벼락피해를 막기위해 피뢰침까지 설치돼 있다.

산불피해를 막기위한 대책도 철저하다.숙영지 곳곳에 50여개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했고 전적지 주변 10리에 폭 1백여m로 나무를 완전히 벌채해 방화선을 쳐놓았다.

이런 철저한 관리덕분에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항일 유격군들이 나무껍질을 벗긴 뒤 몸체에 먹으로 적어놓은 ‘중한(中韓)민족 연합만세’‘타도 일본제국주의’ 등의 구호는 육안으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양강도 민족문화보존협회 박영태(朴榮泰·63)혁명사적 담당실장은 “항일 전적지는 후손 만대에 전해 알려줘야 할 물증(物證)자료”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청봉〓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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