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어 사전」 나왔다…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도 수록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53분


“…그 쇠가 오만발이나 빠져 죽을 년이 나를 속이가지고 돈을 몽땅 가리단죽을 해서, 그, 그돈만 있었으믄…”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읽다보면 마주치는 한 대목. ‘가리단죽’이 무슨 뜻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최신판 국어대사전을 펼쳐보지만 답을 얻을 수 없다.

‘가리단죽’. 다른 사람의 것을 가로채는 행위.

최근 서울대 김윤식교수와 고려대 최동호교수가 펴낸 ‘소설어 사전’(고려대 출판부)에서는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이 단어의 뜻풀이를 찾을 수 있다. ‘소설어 사전’에는 1906년 이인직의 ‘혈의 누’부터 95년작 전경린의 ‘평범한 물방울 무늬 원피스에 관한 이야기’까지 장편 3백5편, 중단편 1천1백54편, 북한소설 1백22편에서 가려 뽑은 1만5천4백79개의 표제어, 2천3백99개 속담 관용구의 뜻풀이가 수록됐다.

‘소설어 사전’의 의의는 국어대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단어의 뜻풀이를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당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입말로 쓰여진 소설속의 문장을 각 표제어마다 용례로 들어 해당되는 단어나 문장의 가장 적확한 ‘말맛’을 밝혀준다.

예컨대 ‘악패듯’이라는 부사는 ‘사정없이 매우 심하게’라고 설명한 뒤 ‘어린애는 악패듯이 울고 오주는 미친 사람같이 중얼거리었다’(홍명희 ‘林巨正’중)를 용례로 들고 있다.

사전 뒤쪽엔 김윤식교수의 ‘민족어와 인공어의 변증법’, 최동호교수의 ‘소설어의 어휘적 계보와 특성’및 3백62명 수록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곁들였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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