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芥川상수상 재일작가 李恢成씨,「한국」국적 취득

  • 입력 1998년 5월 30일 07시 04분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수상한 바 있는 재일(在日)작가 이회성(李恢成·63)씨가 ‘조선’국적을 버리고 50년만에 ‘한국’국적을 갖는다.

친북(親北)이나 조총련계가 아니면서도 한국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해온 그가 ‘조선’국적을 고집해온 것은 ‘남북 분단 이전’ 또는 ‘통일 이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의 표현이었다. 그동안 한국도, 북한도 아닌 무국적자 또는 망명자로 살아온 이씨가 비로소 진정한 조국을 인정한 셈이다.

동아일보와 한림대가 주최하는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28일 임시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이씨는 29일 본사기자를 단독으로 만나 이같은 국적 변경의 동기를 “한국에 진정한 민주정권이 들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한국은 독재정권도, 불완전한 문민정부도 아닌 진정한 국민정부의 시대”라며 “현 정부가 국민적 화해를 추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고난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그 과정에 동참해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한국국적 취득 의사를 최근 한국정부와 주일 한국대사관에 알렸으며 관계 당국으로부터 국적 취득에 문제가 없음을 통보 받은 상태. 빠르면 6월중 대한민국 국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같은 사실을 30일 오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시장경제와 전통’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공식 발표하고 12시40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씨는 이제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심경에 관해 “나무 하나, 건물 하나, 한국의 모든 것이 내 것만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할린에서 태어난 그는 45년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탈출했으며 69년 등단해 72년 재일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수상작 ‘다듬이질하는 여인’)한 유명 작가. 72년 한국 방문 이후 일본에서 반독재 운동을 펼쳐 한국 입국을 거부당해왔으며 95년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23년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대표작으로는 유신독재를 다룬 ‘금단의 땅’, 중앙아시아에 강제 이주된 한민족의 고단한 삶을 그린 ‘유역(流域)’ 등이 있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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