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뛴다]아이디어뱅크 현대건설 「주니어보드」

  • 입력 1998년 4월 5일 20시 14분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옆 건물에 있는 현대스포츠센터 지하 회의실. 현대건설 사원 중역회의인 ‘주니어 보드’ 위원들의 토론 열기로 후끈하다.

“회사배지를 잘 달지 않는데 퇴근시간에 다들 달도록 하면 어떨까요.”

“업무시간에 우리가 각 부서로 가 달아주는 것도 좋지요.”

“1년내내 배지달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는데 반팔 와이셔츠를 입는 여름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의견이 많군요. 일단 계획대로 해보고 여름이 되면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출장간 의장 대신 회의를 진행하는 현은영부의장(25·여·민간사업본부 설계실)의 말에 “그게 좋겠습니다”고 여러명이 동조했다. 또 IMF시대 원가줄이기 방안은 주니어보드의 기관지격인 ‘프레시 무브’에 소개하기로 했다.

사원들에게 ‘나도 사장’ 입장에서 업무를 파악, 개선하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자는 취지에서 90년 도입된 주니어 보드. 비슷한 때 여러 회사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거의 모두 흐지부지됐다. 이 회사에서 매년 기수가 바뀌며 9기까지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의 중역을 발굴하겠다는 경영진의 관심과 사원들의 열의 때문.

성과도 많다. 위원들의 아이디어는 사장실로 전달돼 즉각 OK 사인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 컴퓨터 문외한인 간부들의 승진 때 사무자동화(OA)자격시험을 실시하자는 안을 비롯해 △건물내대화의 광장 마련△사내호프집 개설 △시공 하자 사례와 작업방법 사례 표준화 등이 채택됐다. 지난해의 ‘북한주민돕기 모금운동’도 이들의 아이디어.

현재의 9기위원들은 지난달 용인 연수원에서 첫 워크숍을 갖고 ‘효율적 업무개선’과 ‘주인의식 고취’를 올해의 주제로 선정했다. 매달 한 차례 구체적 아이디어를 모을 예정. 4월에는 배지달기 운동을 벌이고 ‘책 교환시장’을 마련할 계획.

위원들도 적극 참여하고 경영진의 평가도 긍정적. 윤영만씨(28·안전환경관리부)는 “토론하다 보면 다른 부서의 사정은 물론 회사의 전반적인 사정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건설은 본사에 평사원 대리 과장 주니어보드를 각각 운영하는 등 전국적으로 18개 주니어 보드를, 해외에서는 싱가포르지사에서 주니어 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윤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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