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팔아 「마음」산다』…업체마다 친절운동 바람

  • 입력 1998년 3월 24일 20시 08분


“따르르릉….”

수화기를 집어드는 서울 힐튼호텔 ‘비즈니스 센터’ 국미숙씨(28). 순간 눈길이 전화 옆에 놓인 손거울에 멈춘다. 다소 지친 표정. 양쪽 입가의 근육을 살짝 긴장시킨다. 가볍게 피어오르는 미소를 확인하며 C음계의 ‘솔’음에 맞춰 노래하듯 입을 뗀다. “안녕하십니까? ‘비즈니스 센터’의 국미숙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난해 11월 시작된 힐튼호텔 ‘스마일 온더 라인’운동. ‘전화받는 표정이 예뻐야 말도 예쁘게 나온다’는 기본전제에서 호텔측은 통화시 표정을 살필 수 있는 포켓사이즈의 손거울 1천개를 제작해 전직원에게 지급했다.

사람들의 얼굴에 깊은 시름만 남긴 IMF삭풍. ‘굳은 얼굴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기업체들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친절과 마음을 같이 팔아야 살아남는다’는 명제에 자연스레 도달하고 있는 것.

최근 서울 용산구 원효로 4가의 현대자동차써비스 서울사업소를 찾아 자동차의 변속기를 교체했던 회사원 강병희씨(35·서울 강서구 화곡동). 며칠 뒤 직장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며칠 전 정비하신 부분에 이상은 없으십니까. 문제가 있으며 곧장 연락주십시오.”

지난해 말부터 ‘그린서비스’운동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써비스측의 ‘해피콜’이었다. 애프터서비스를 받은 지 7일 이내에 고객의 만족도를 확인하는 전화를 거는 것. 삼성서울병원도 영안실을 이용한 사람들에게 일주일 뒤 전화해 만족 여부를 체크한다.

현대자동차써비스 경영지원실장 김주현이사. “90년대 들어 기업들이 추진해온 고객만족운동이 이익확대를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친절운동은 ‘생존전략’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만이 이런 시대에 기업의 생존을 보장한다.”

지난해 외부 리서치업체에 의뢰, 직원들의 전화친절도를 평가하는 ‘미스터리전화’제도를 시행했던 LG전자. 올해는 고객모니터요원을 선정, 고객과 만나는 직원의 친절도를 체크하는 ‘미스터리고객’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마음을 파는 서비스’의 바람은 불친절의 대명사였던 공기업체에까지 불고 있다.“(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짝짝짝)서비스 서비스 고객만족 서비스/스마일 스마일 고객만족 스마일/서비스 스마일 고객만족 최고다.야!/우리지점 파이팅!” 7일부터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전국 지점에서 출근직후 터져나오는 구호. 직원들은 빙 둘러서서 구호를 복창하며 소매상들에 대한 친절서비스를 다짐한다.

기업체들을 상대로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매너연구원의 안진헌소장. “서비스의 본질은 항상 마음이지요.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마음까지 황폐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이 갖춰야 할 최고의 경쟁력은 친절입니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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