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등 보온소품,「불황으로 더추운 겨울」필수품

  • 입력 1997년 12월 20일 08시 07분


S기업 자재관리부 권중식과장(33·서울 성북동)은 최근 두툼한 가죽장갑을 구입했다. 승용차 출퇴근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부터 그가 당장 겪게 된 어려움은 버스나 전철을 타기 위해 걷거나 기다릴 때 손이 얼어붙는 것처럼 시린 것.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몇몇 제품은 지난 해보다도 오히려 잘 팔린다. 내의 장갑 머플러 목도리 등 보온을 위한 소품들이 바로 그것. 비용절감을 위해 거의 모든 회사들이 실내 난방온도를 크게 낮춘 까닭에 지난 겨울까지도 내복을 입지 않았던 이들 중 상당수가 내복을 입기 시작했다. 최근 내복을 구입한 회사원 윤여경씨(24·여·서울 갈현동)는 『초등학교 이후 옷맵시를 생각해 내복을 입은 적이 없지만 요즘은 회사가 난방 온도를 낮추는 바람에 내복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코트를 입고 일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 서울 경방필백화점은 지난 해 12월에는 하루 평균 4백만원어치의 가죽장갑을 팔았지만 요즘엔 6백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또 머플러 매출도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목돈이 드는 의류를 사는 대신 당장의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소품을 주로 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물건들은 선물로도 많이 나간다는 것. 3만5천∼25만원으로 다소 비싼 품목이기는 하지만 모피 목도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 서울 그레이스백화점 모피목도리 전문매장의 손수경씨(22)는 『12월 들어 하루 평균 매출은 1백50만∼2백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0∼30% 늘어났다』고 말했다. 집에 있는 의상에 모피 목도리를 코디해 보온효과도 얻으면서 새로운 맵시를 연출하려는 알뜰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 크게 유행했던 「계절파괴」패션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회사원 김승주씨(26·여·서울 불광동)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사 사무실이 따뜻해 코트 속에 반팔옷을 입고 출근하는 여직원이 꽤 많았지만 올 겨울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언제 그런 유행이 있었는지 아득한 옛일 같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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