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36년]美, 한민족 역할 외면…日 산업화만 강변

  • 입력 1997년 12월 6일 08시 21분


도쿄대를 중심으로 한 일본 학자들이 주장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미국내 한국학교수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학자들의 주장은 경제와 민족의식 두가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째, 경제적 차원에서 이들은 일제가 강력한 정부주도 산업육성책을 시행했으며 경부선을 비롯해 근대산업의 기초를 닦았다고 주장한다.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근대적 토지소유관계를 정립하고 각종 산업시설, 근대적 교육체제를 이뤄 근대화를 앞당긴 일제의 치적이라는 것이다. 근대화론의 대표주자는 조지 워싱턴대의 데니스 맥나마라. 그는 저서 「한국기업의 식민지적 기원」 등을 통해 『일제 총독부가 조선의 토착자본가들에게 금융지원, 세제혜택 등을 주어 근대적 산업을 일으켰다』며 『이는 60,7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룬 강력한 정부주도 경제성장 전략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 카터 에커트, 아툴 콜리 등도 이같은 주장을 내세운다. 둘째, 민족의식 차원에서 인디애나대 마이클 로빈슨 등은 『한반도의 「민족개념」은 일제 식민통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경제사학자들은 민족 개념이 확립된 후에야 같은 민족 영역 내에서 물류 산업기반이 이뤄지고 근대적 경제가 이뤄진다고 본다. 「의식적 차원」에서 우리민족의 근대화는 결국 일제에 의해 가능했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좌파 학자인 노스웨스턴대의 브루스 커밍스 등이 이러한 시각을 보인다. 이들의 첫째 주장에 대해 우리 학자들은 이들의 기초자료가 일제에 편향됐을 뿐만 아니라 작은 사례연구 결과를 전체로 부풀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용하 서울대교수는 『근대화론자들은 일제 침탈이 저지른 막대한 국력해체는 도외시하며 우리가 싸워서 얻은 경제적 성과조차 일제의 치적으로 보고 있다』고 공박했다. 또한 『일제가 육성했다는 산업 교육제도조차 대륙침략과 우리 노동력 활용을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둘째 주장에 대해 문정임 연세대교수는 『이들은 유럽 국가들이 근대 초기, 외침에 맞서 목적의식적으로 국가적 통합을 해나갔던 과정을 우리 근대에 도식적으로 끼워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우리 민족에게 원래부터 동질적인 신화 언어 문화가 있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도외시하고 있다』며 『임란 호란 동학 당시의 민족주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권기태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