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주부들도 걱정태산…『남편용돈부터 줄여야』

  • 입력 1997년 12월 1일 20시 03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돈을 받으면 월급도 동결되고 물가도 오른다던데 정말 그런가요』 안승분(安勝芬·32·서울 도봉구 방학동)씨는 요즘 나라가 부도위기에 직면할 만큼 어렵다는 얘기는 자주 듣고 있지만 이런 변화가 가정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솔직히 관심 밖이었다. 다만 수백만원짜리 모피코트를 덥석덥석 사는 여자들은 남편이 얼마나 돈을 잘 벌까, 요즘같이 어려운 시절에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남편은 우체국에 다니기 때문에 회사가 부도날 염려는 없고, 작지만 23평짜리 보금자리도 있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안씨는 남편이 승진하고 월급이 올라 저축규모를 좀더 늘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래서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면 말이다. 전업주부인 안씨는 현재 남편 월급(월평균 1백50만원)을 쪼개 생활비 교육비 대출금이자 등으로 쓰고 매달 30만원가량을 저축하고 있다. 외식을 자주 할 형편은 못되지만 한달에 세번쯤 집에서 고기반찬을 곁들여 오붓한 저녁식사로 대신 한다. 그런대로 즐겁게 산다는 생각이다. 그런 안씨가 1일 아침 TV뉴스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IMF 때문에 내년 공무원 월급은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에 가슴이 덜커덩 내려앉았다. 얼마전까지 기본급 기준 3%인상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또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그 여파가 남편 직장에까지 미치지는 않을까, 공무원 감원까지 얘기되는데 남편은 괜찮을까, 별의별 생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지금도 생활비를 최대한 줄이고 있는데 앞으로 큰일이에요. 애들 교육비는 어쩔 수 없고 남편 용돈과 옷값을 우선 줄여야겠어요. 또 뭐가 있을까…』 안씨는 승용차가 없다. 휘발유값이 ℓ당 1천원을 넘을 것이라는 소식에도 무관심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제 겨울인데 환율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오르면 난방비도 오르고 다른 물가도 덩달아 뛸 것이 분명한데 걱정이 태산이다. 『일단 매달 저축규모는 유지할 생각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허리띠를 졸라 매고 덜 쓰는 수밖에 없겠죠. 빈약해진 식탁을 남편도 이해할 겁니다』 어림잡아 5년후로 계획한 단독주택 구입은 5년 더 미뤄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경기 일산에서 6천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는 주부 김모씨(30)는 계약만기를 5개월 앞두고 지난달 집을 내놓았다. 전세금 중 일부를 빌려쓰고 있기 때문에 이자부담을 줄이려면 전세가 더 싼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말 오른 휘발유값도 가계부담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어서 승용차를 처분할 생각이다. 김씨는 『당장 아파트 중도금을 내야하는데 할부금융사는 중도금 대출을 거절하고 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려 받고 있다』며 『금리가 급등하면서 당초 잡아놓은 자금조달 계획이 엉망이 돼버렸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IMF 자금지원을 받게 되면 국내에선 돈이 말라붙어 시중금리는 연20%까지 오른다고 하던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당장 부업거리를 찾아봐야겠는데 실업이 더 늘어난다니 부업 찾기도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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