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혼불」,나전칠기로 재탄생…전용복씨 작품전시회

  • 입력 1997년 11월 20일 08시 10분


《작가 최명희의 「혼불」. 1930년대 몰락해 가는 한 종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민족혼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이 소설이 장르를 뛰어넘어 다른 예술작품으로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명창 안숙선은 이를 판소리로 불렀다. 동양화가 최영식은 소설속의 소나무를 그림으로 그렸다. 이번에는 칠작가 전용복씨(46)가 이를 나전칠기작품으로 만들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그는 이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기 위해 일시귀국했다. 21∼2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제5전시실.》 「혼불」을 주제로 한 5점을 비롯해 전용복씨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나전칠기작품 70여점이 전시된다. 「혼불」을 그린 작품들은 4m×2m짜리 1개, 1m×60㎝짜리 4개. 옷칠을 한 바탕에 붉은 칠과 금입사(金入絲·홈을 파고 금을 새겨 넣는 기법)를 해 작품을 빚어냈다. 4m짜리 대작은 「혼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한다. 근심 걱정이 있을 때 사람들은 출입문을 먼저 내다본다. 작품에는 창살문이 보이고 주위에 대나무들이 그려져 있다. 대나무들은 마치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것 같다. 이와 함께 시집장가갈 때 쓰는 떡살문양을 소재로 한 작품이 2점이고 대나무를 통해 기다림을 표현한 작품이 2점이다. 작품에는 강인하면서도 소박한 민족정신, 한국여인의 기다림과 절개, 그리움, 이룰 수 없는 사랑 등이 표현돼 있다. 『몇 년 전 귀국했다가 「혼불」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10권짜리인데 세번이나 읽었습니다. 이 책이 일본에서도 번역돼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저부터 우선 작품으로 만들자고 생각했지요』 전씨는 각계 열성독자 1백30명으로 이루어진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멤버. 52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열두살때 나전칠기를 시작했다. 『뭔지 잘 몰랐지만 내가 해야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9세때인 83년에는 칠예(漆藝)연구소를 설립했고 이후 현대미술대전 한국현대미술공모전 등에서 잇따라 대상을 차지, 명성을 얻게 된다. 88년 그는 일본의 초청을 받았다. 도쿄의 최고급 복합연회공간인 메구로 가조엔의 이전 복원작업을 위해서였다. 70년역사의 가조엔은 벽 천장 등 건물의 대부분이 나전칠기로 돼 있다. 전씨는 3년만에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본측은 이후 전씨에게 전시관과 작업실을 지어주었다. 전씨는 이를 토대로 현재 이와테(岩手)현에서 전용복칠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나전칠기의 매력을 세가지로 꼽았다. 『자연에서 추출한 수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을 전혀 오염시키지 않습니다. 옛날 미라에 이를 사용했듯 수명이 반영구적입니다. 무엇보다 아름답습니다』 그는 한 3년후 한국에 완전히 돌아와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 근교에 땅도 봐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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