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한장 값에 넉장사는 염가음반 『봇물』

  • 입력 1997년 10월 17일 08시 08분


음반계가 염가음반 총공세로 후끈 달아올랐다. 포성의 진원지는 EMI사. 기존 정가(正價)음반의 3분의 1에 내놓은 「레드라인」시리즈와 1장값에 4장을 주는 「세라핌 에디션」이 주력무기. 7월초 국내에 첫선을 보인 「레드라인」 시리즈는 돌풍을 일으키며 순항중. 잠시 바람이 잦는 듯했다가 지난주 2차분 35종의 신보가 소개되면서 다시 위력을 되찾았다. 도밍고와 리차렐리가 출연하는 베르디 「오셀로」 하이라이트, 실로스섬의 수도사들이 부르는 그레고리오 성가 등 「따끈함」이 식지 않은 어제의 화제음반들이 그득하다. 여기에 「세라핌 에디션」이 가세해 장르별로 10종(40장)을 선보였다. 모차르트의 진혼곡(레퀴엠)을 살 수 있는 돈이면 모차르트 베르디 뒤뤼플 포레 케루비니의 진혼곡 모두를 만날 수 있다. 이에 따라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은 「뱅가드」 「낙소스」 등 기존의 염가음반들. 특히 염가음반의 대명사로 여겨져온 낙소스는 창립 10주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레이블의 장점을 홍보하고 나섰다. 낙소스는 전체가 염가음반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레이블. 전세계에서 6달러대의 낮은 가격으로 공격적 세일즈를 해왔다. 이 회사가 내놓은 음반은 값싸지만 생생한 음질과 높은 연주의 질로 유명하다.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예뇌 얀도, 벨라 드라호스가 지휘하는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 신포니아」 등은 이 회사가 자랑하는 주요 아티스트들이다. 원래 똑같은 고전음악 CD라도 가격은 천차만별. 대형 음반사일수록 염가판을 판매할 「여력」이 생기기 쉽지만 염가정책에는 어디까지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염가판 남발은 레이블의 「고급」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지금 정가음반이라도 얼마뒤 싼값으로 발매되겠지」하며 구입을 미루기 때문. 따라서 대형 음반사들은 여태껏 염가판의 비율을 엄격히 제한해왔고 가격도 정가음반의 절반인 6천∼7천원대를 「마지노선」으로 삼아왔다. EMI가 원망을 듣는 것도 당연한 일. 음반사들은 『무차별적 저가정책은 정가로 나올 수밖에 없는 신작녹음 음반의 발매를 방해한다』고 불평을 터뜨린다.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음반계 모두의 수지타산에도 타격을 준다는 염려다. 이에 대한 EMI의 대응은 조심스럽다. 『올해 본사(영국) 창사 1백주년을 맞는 만큼 이에 걸맞은 사은행사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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