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가을바람 한 방울의 『유혹』…中高生에까지 확산

  • 입력 1997년 10월 11일 07시 45분


남녀 공학인 서울 목동 A중학교의 L교사(37). 『얼마전 3학년 수업에 들어갔다가 교실안에서 향수냄새가 나 깜짝 놀랐습니다. 소지품검사를 했더니 15% 정도의 학생이 향수 한두개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날은 몸이 불편해 냄새에 민감했나 봐요. 아이들이 다른 때에도 향수를 쓰는데 코가 향수에 길들여져 알아채지 못했던 거지요』 그는 향수를 빼앗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여학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반에서 향수 한두개 가지지 않은 애는 하나도 없을 걸요』 서울 강남 B중학교에 다니는 김모군(15). 샤넬 넘버 5에서 부터 폴로 CK1까지 외제향수 브랜드에 관해서 모르는 게 없다. 할리우드의 섹스 심벌이었던 마릴린 먼로가 잠옷 대신 「입고 잤다」는 샤넬 넘버 5. 세계에서 30초에 한개씩 팔려 나간다는 이 향수가 요즘 국내 젊은 여성은 물론 남자중학생부터 60대 할머니까지 「유혹」하고 있다. S대 김모조교수(38)는 『5월 스승의 날에 한 여대생이 「남자친구가 쓰는 향수」와 같은 것이라며 향수를 선물로 줘 적잖이 놀랐다』며 『향수란 화류계 여성이나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본사가 5,6일 서울 모대학 여학생 90명과 남학생 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학생은 5명중 4명이, 남학생은 5명중 3명이 외제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일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에 신세대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품목에 향수는 반드시 끼여 있고 여자친구가 사용하는 향수가 뭔지 정도는 알아맞혀야 센스있는 남자로 통하기도 한다. 청소년대상 패션잡지에서는 유명연예인이 즐겨쓰는 향수가 빠짐없이 소개돼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특히 향수용기의 모양에 매료된 신세대 향수컬렉터들은 수십가지 모양의 향수를 사모으기도 한다. 신세대들 사이에 최근 향수사용이 일반화하고 있는 것은 향수사용을 부추기는 장삿속과 청소년의 어른들에 대한 모방심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이화여대앞 명동 압구정동 성신여대입구 등 「유행의 거리」에는 향수전문점이 1,2년새 부쩍 늘었다. 도심 대형서점에서도 새학기나 크리스마스같은 때는 중고생을 겨냥해 앙증맞은 소형용기에 향수를 4천∼5천원어치씩 덜어파는 소분판매대가 설치된다. 최근 들어 향수사용의 두드러진 특징은 향수의 냄새가 짙어지고 있는 것. 향수를 뿌린 후 30분 정도 지나면 자신이 뿌린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 사용자가 점차 향수의 사용량을 늘리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 요즘같이 너도나도 뿌리는 향수 속에서 「개성있는 향기」를 강조하다 보니 향수의 사용농도가 진해지고 있는 것이다. 향수의 국내시장 규모도 매년 커져 지난 한해 동안 1천2백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0%나 된다. 특히 외국산 향수의 수입증가는 폭발적이어서 지난 한 해동안 수입된 외국산 향수는 2천5백30만달러(약 2백28억원)어치로 전년도의 1천2백40만달러어치보다 두배 가량 늘었다. 〈김진경·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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