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아버지」 는다…자녀유학 부인딸려 이민보내

  • 입력 1997년 7월 22일 20시 01분


자녀들을 외국에 조기 유학시키기 위해 부인까지 딸려 이민을 보낸 뒤 홀아비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나홀로 아버지」가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및 불투명한 진학 전망 등에 편승,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중상류층 이상의 가정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L기업 간부사원인 C씨(45)는 지난해부터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가 하나 생겼다. 퇴근시간 무렵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식사 약속을 해놓는 것. C씨는 지난해 여름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던 아들과 딸을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보낸 뒤 졸지에 「홀몸」이 돼 저녁시간을 같이 보내줄 수 있는 사람을 애타게 찾게 된 것. 해외이민 알선업계에 따르면 올초 조기유학생에 대한 해외송금 규제발표 이후 자녀들의 조기유학이 힘들어지자 이같은 편법이민이 성행, C씨와 같은 「나홀로 아버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L씨(44)도 올초 C씨와 같은 이유로 두 아들을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보냈다. L씨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아내를 자녀들과 함께 이민 보냈지만 솔직히 세상사는 맛이 없다』고 말했다. 모 지방지청 검사로 재직중인 K씨(41) 역시 지난해 말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을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보냈다. K씨는 『한국에서는 아이들 과외비 등으로 한달 평균 3백만원 가량이 들었는데 미국으로 보낸 뒤 한달에 생활비까지 포함해 3천달러만 송금하면 된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L씨(45)도 지난해말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과 딸을 부인과 함께 동생이 살고 있는 캐나다로 이민을 보낸 뒤 자신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교육비도 교육비지만 학교주변 폭력이 너무 심해 아내와 상의끝에 이민을 택하게 됐다』며 『나도 함께 이민하고 싶지만 그곳에서 개업을 하려면 국제면허증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혼자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이민알선 업계 관계자들은 올초 미국정부가 유학비자로는 학비가 싼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없도록 이민법을 강화한 것도 「나홀로 아버지」들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할 경우 강화된 이민법에 저촉되지 않고 미국내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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