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학생 「지금,미국에선…」서 신세대영어 소개

  • 입력 1997년 6월 24일 08시 10분


머리모양 옷, 노는 것, 먹는 것 무엇이든 「튀고싶은」 10대. 말도 예외는 아니다.듣는 어른들이 『상스럽다』 『무슨 말이냐』 아무리 야단치고 어리둥절해해도 그럴수록 더 신나게 떠들어대는 게 10대다. 「끼리끼리」의 말을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심리는 나라와 언어를 초월해 10대들의 공동관심사. 미국유학생 조승연군이 펴낸 책 「지금, 미국에선 이렇게 말해야 통한다」 (황금가지)는 생생한 신세대영어로 미국의 10대문화를 보여준다. 한국의 10대들이 「날범생」 (놀기도 잘 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면 미국의 십대들은 「쿨(cool)」이 되고 싶어한다. 「추운 아이」혹은 「썰렁한 아이」라고 해석하면 천만의 말씀. 「쿨」은 바로 「멋쟁이」들이다. 「쿨」로 인정받는 아이들은 「새로 만들어진 영어로 말을 하며 헐렁한 청바지에 재킷을 입고 고급승용차에 여자친구를 태워 좋은 식당에 데려가는」 아이다. 90년대 「쿨」의 생활수칙 제1호는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것. 한국의 10대들이 어설픈 흡연으로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과는 딴판으로 미국에서는 담배를 권하는 사람에게 『I’m cool(난 쿨이야)』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선망의 대상이다. 한국 10대들이 오토바이에 열광한다면 만 열여섯살에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미국 10대들의 꿈은 멋진 차다. 특히 좌석두개의 오픈카인 로드스타(Roadstar)는 「여자친구들을 끌어당기는 자석(Chick Magnet)」으로 통한다. 좋은 차를 갖고 있는 친구를 보면 『Nice set of wheels,Man』이라고 부러움을 나타낸다. 미국의 10대들은 문법적인 말, 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말 알아듣겠니?』라는 말을 『Do you under stand me?』라고하면 미국의 10대들은 어깨를 으쓱하거나 놀림섞인 웃음을 터뜨리기 십상이다. 가장 일상적인표현은 『Youknowwhat I’m saying?』 『You get the picture?』나 『You dig it?』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의문문이니 「Do」동사로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은 「외국식영어」의 강박관념일 뿐이다. 10대들이 만들어내는 경쾌한 문장들은 어른들의 말까지도 바꾼다. 애들말로 치부되던 『레츠 로큰롤(Let’s rock’n roll,빨리 시작하자)』나 『슛(Shoot· 계속해)』『레츠 밀(Let’s mill, 밥 먹자)』은 이제 어른들도 친근한 사이에서는 부담없이 쓰는 말이 됐다. 「기회 평등의 나라」인 미국. 그러나 미국의 10대들은 생활수준과 인종에 따라 한 학교 안에서도 「프리티보이즈(pretty boys· 부잣집 도련님들)」 「스케이터즈(skaters· 가난한 백인아이들)」등의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말을 쓴다. 가난한 흑인아이들인 「래퍼(rapper)」는 be동사를 인칭에 따라 바꿔쓰지 않는다. 『나 공부중이야』는 『I be working』 그러나 래퍼들도 랩의 가사는 다 못 알아듣는다. 입 거친 미국 10대들조차도 고개를 내흔들정도로 랩의 가사는 저속한 내용과 독특한 발음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정은령기자〉 ▼ 저자 조승연 군 ▼ 3년전 해외연수를 떠나는 어머니와 함께 미국유학길에 올랐던 조승연군(미시간주 오키모스공립고등학교 2년). 처음 미국땅에 발을 디딜 때만해도 승연이는 영어에 관한 한 별 두려움이 없었다. 한국에서 영어학원을 다니며 『잘한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승연이는 연일 당혹감에 빠져야했다. 자신이 말을 할 때마다 본토 미국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기 일쑤였던 것. 『제가 하는 말이 일상회화가 아니라 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죠.놀림거리가 되는 것도 감수해가면서 미국친구들에게서 살아있는 영어를 다시 배웠어요』 텔레비전에서 개그맨이 한 우스운 말 한마디가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학교나 동네의 또래집단 안에서 신조어가 탄생한다. 유머감각이 있는 아이, 근사한 말을 잘 만들어내는 아이는 친구들사이에 스타가 된다. 미국식영어를 배우며 승연이가 「한국과 참 다르구나」라고 느꼈던 것은 동급생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 『너 참 멋있다』라는 말을 할 때도 백인친구들은 『You’re awesome,Man!』이라고 하지만 흑인친구들은 『Tight!』라고 다른 단어를 선택했다. 책 출간전 모교의 선생님에게 보였더니 불만을 나타내더란다. 『미국인인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너희 또래의 말을 굳이 한국에까지 소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요즘 유행어인 쿨(cool)도 50년대 영화 「이유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으로부터 유래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10대들만의 영어일지 몰라도 몇년안에 보편적인 미국영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은령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