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의 남북母子 상봉사연 책「아들아…」출간

  • 입력 1997년 6월 24일 08시 10분


「아들아/살아만 있거라/너는 늘 내 안에/살아있었다/평생토록 어미는/…/소식 끊긴 아들을/내 속에다/길러왔다/…/어서 만나자/누가 못 오게 막으면/내가 걸어서 가마/…/너는 내 새끼/나는 네 어미 아니냐/38선이 다 뭐냐/아들아 네가 오랴/아들아 내가 가랴/…」. 월출산이 올려다 보이는 고즈넉한 산골 마을. 대처로 나가는 신작로에 벚꽃이 피었다 질 무렵이면, 상심으로 사위어 가는 모정(母情)이 있었다. 영원의 시간이 순간에 머물렀다가 뚝, 제풀에 꺾이듯 화사한 꽃잎이 지천으로 무너져내릴 즈음…. 그때 갓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은 어머니의 곁을 떠나갔다. 기어코 명문 경기에 들어가겠다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난리통」에 소식이 끓긴 아들. 아들을 기다리는 모정은 세월을 잊었다. 『내 아이는 죽지않아…』 그리고 기적처럼, 40년만에 북에 살아 있는 아들에게서 편지가 날아든다. 미국에 살고 있는 팔순의 어머니에게로. 이행옥씨. 아들을 찾아 태평양을 건넌 모정. 그러나 살아서는 끝내 아들을 만날 수 없었다. 현재 미국에서 치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셋째아들 강대인씨가, 그 피맺힌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을 책으로 묶었다. 「아들아, 내가 가랴 네가 오랴」(사계절). 아들 소식을 듣고 방북의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코메리칸」 할머니. 그러나 기쁨도 넘치면 화가 된다던가. 갑자기 할머니는 뇌일혈로 쓰러진다. 그리고는 혼수상태…. 그 힘든 겨울을 지나고, 봄햇살을 이고 피었다 한순간에 지고 마는 목련꽃처럼, 그렇게. 이때부터 북의 아들을 미국으로 불러오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마침내 평양에서 출국허가가 떨어지는 순간, 이씨는 끝내 숨을 거두고…. 아들은 결국 맏상주로 어머니의 시신을 마주한다. 관이 열리고 40여년만의 모자상봉. 아들은 품에서 고이 접은 비단 한필을 꺼내었다. 북에서 결혼할 때 준비해 놓은, 언젠가 통일이 되면 어머니께 옷 한벌 해드리려고 간직해온 바로 그 비단…. 새삼스레 6.25는 우리에게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단지 역사의 갈피 속에서 퇴색해 가는 「한국전쟁」일 뿐인가. 아니다. 지금도 가슴에 시퍼런 한을 묻고 살아가는 이산가족들. 그들의 아픔은 6.25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임을, 진행형으로 뜨겁게 살아있는 역사임을 일깨워준다. 냉전의 최전방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냉전의 논리에 붙잡혀 있는 우리…. 생전 이행옥할머니가 입버릇처럼 뇌던 한마디가 가슴을 친다. 『이편이 어떻고, 저편이 어떻고…. 다 부질없는 이야기지. 그저 사람이 제일이야…』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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