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문학동네」,장삿속촌평-표절 고발

  • 입력 1997년 5월 29일 08시 42분


문단의 부끄러운 현실이 계간지 여름호에 들춰져 눈길을 끌고 있다. 품앗이하듯 내용도 보지 않고 끼리끼리 부추겨주는 「장삿속 촌평」과 문단 고질의 하나인 표절 문제에 대한 글이 실린 것이다. 소설 뒤표지에 실리는 「촌평」의 문제점을 비평가 정과리씨가 통렬하게 비판했다. 정씨는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서 『과거에는 이미 발표된 평문 등에서 발췌, 촌평을 제작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촌평이 출판사에 의해 자체 기획, 제작되기 시작했다』며 『책 출간전에 촌평을 청탁받은 동류문인들이 정독도 하지않은 채 칭찬일색의 촌평을 양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과거의 촌평이 바깥으로부터 부여된 인정을 자랑스레 흔들어대는 순진함이라도 가졌다면 신종 촌평은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학과 상업주의의 공모」라는 것이 정씨의 우려다. 정씨는 「우리세대가 문학과 상업주의의 부끄러운 밀월의 막을 연 세대로 기록되지 않도록」 뜻있는 문인과 출판사가 앞장서서 촌평관행을 없애자고 호소했다. 문인들 사이의 껄끄러운 화제인 「표절」을 작가실명까지 대며 거론한 평론가는 남진우씨. 계간 「문학동네」특집에서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분석하는 글에서 남씨는 「표절혐의 작가」들을 꼬집었다. 남씨는 『젊은 작가들 상당수가 음으로 양으로 무라카미에게 빚을 지고 있지만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라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박일문은 해프닝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만큼 온통 베끼기를 했고 「작가적 소질을 타고 나지 못한」 이인화는 부족한 능력을 메우기 위한 안간힘으로 자신과 전혀 닮지도 않은 무라카미의 문장 몇개를 베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장모씨나 구모씨처럼 문학적 능력이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작가까지 조잡한 무라카미 모방작을 쓰는 것에 서글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두 편의 글에 대한 문단의 반응은 「신선한 충격」이다. 주관이나 독설이 지나치뉨措 평가도 없지 않지만 우리 문단의 치부를 솔직하게 들추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단」 용기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은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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