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건축가 김석철씨 「천년의 도시…」 펴내

  • 입력 1997년 1월 22일 20시 51분


「李光杓 기자」 『우리 시대는 결국 건축과 도시로 역사에 남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건축가 김석철씨(53)가 「천년의 도시 천년의 건축」(해냄 발행)을 펴냈다. 도시와 건축은 전문가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문화의 구체적 상징물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김씨의 집필동기 설명이다. 「예술의 전당」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제주 영화박물관」 설계로 널리 알려진 김씨는 『이같은 의미의 책을 20년전부터 펴내고 싶었으나 이제서야 뜻을 이루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 책엔 30년동안 건축가의 길을 걸어온 김씨의 건축관, 실제로 건축설계에 참여했던 과정, 세계 곳곳의 천년도시를 순례하면서 느낀 점에서부터 저자의 어린시절, 건축과 인연을 맺은 사연, 이후 겪었던 희망과 좌절, 그것을 극복해내기까지의 과정과 철학적 사유 등이 저자의 해박한 인문학적 교양과 어울려 편안하게 묘사돼 있다. 특히 천년은 고사하고 몇십년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는 서울의 백화점이나 다리로 인해 마음까지 무너져버린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감동어린 여정(旅程)을 제공한다. 「나의 도시 나의 건축」편에서는 김씨의 개인적 이야기가 철학적 사유와 함께 담담하게 펼쳐진다. 고교 3학년 시절 철학과나 수학과를 희망했던 저자는 스승인 박종홍선생으로부터 뜻밖의 제의를 받는다. 건축을 제대로 하려면 한국의 옛도시와 건축을 알아야 하고 건축은 수학과 논리학 미학의 연장선상에 있으니 건축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택한 건축과였지만 김씨는 대학에서 방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해 전과(轉科)까지 생각했을 정도. 그러던 중 김중업선생(88년 작고)을 만나면서 건축의 길에 적응해나갔던 김씨의 희망과 좌절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천년의 도시」편은 인류역사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천년의 도시와 건축에 관한 보고서. 성령의 도시 이스라엘 예루살렘, 천년동안 세계 문명의 중심이었던 터키 이스탄불, 2천년전의 도시가 화산에 의해 오히려 보존된 이탈리아 에르콜라노, 대학도시인 영국 케임브리지, 정치외교도시인 중국 열하(熱河) 등 귀에 익숙한 이들 천년도시의 공간적 특징 등을 통해 문명을 이해하고 우리 도시와 비교해볼 수 있다. 우리의 천년고도 경주도 책속에 포함돼 있다. 경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김씨는 『8세기 당시 세계10대도시에 들 만큼 완벽했던 자랑스런 도시를 우리는 지금 다 망가뜨려 놓았다』고 지적하며 『완벽한 발굴로 경주도심의 구조를 복원할 수 있다면 이것은 핵무기 몇개를 보유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국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은 건축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문화 예술에 대한 저자의 사색도 담겨 있어 일반인들에게 인문교양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편 김씨는 「건축물엔 자신의 영혼이 남아야하고 건축물은 역사와 자연 속에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담은 또한권의 책 「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을 이달 중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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