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단에선]문학상 「고액상금 시대」 활짝

  • 입력 1997년 1월 20일 20시 13분


「鄭恩玲 기자」 각종 문학상의 「고액상금」시대가 열렸다. 시행 25년째의 「삼성문예상」의 경우 올해부터 삼성문화재단과 문학사상사가 공동주관하며 소설부문 당선작 5천만원, 희곡 장편동화 각2천만원으로 상금액을 국내 최고수준으로 인상했다. 범우사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도 계간「한국문학평론」을 창간하며 장편소설부문 상금 2천만원, 시 수필 1천만원 등 7개분야에 총 상금 8천만원을 내건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문학상」을 신설했다. 80년대까지는 언론사나 정부기관이 부정기적으로 고액의 상금을 내걸고 문학작품을 공모했지만 최근들어 각 출판사가 주축이 되어 시행하는 수천만원대의 「문학상」제도는 과거의 것과 질적으로 의미를 달리한다. 출판사들이 인기작가와 베스트셀러가 될 작품을 확보하는 통로로 문학상제도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고액문학상」 출현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것은 「작가세계문학상」. 세계사가 2천만원의 파격적인 상금을 내걸고 92년부터 시행한 「작가세계문학상」은 1회수상작으로 신인소설가 이인화씨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뽑았고 이 작품은 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94년에는 살림출판사가 상금2천만원의 장편소설공모 「상상문학상」을 제정했으며 95년에는 문학동네가 상금3천만원의 「문학동네소설상」을 신설해 은희경씨의 「새의 선물」을 1회수상작으로 뽑았다. 살림출판사도 96년부터 「상상문학상」의 상금을 3천만원으로 인상했다. 「고액상금이 문학상의 상업화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상금인플레」현상이 결코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문단과 출판계에서는 만만치않게 제기된다. 「억대 운동선수가 있는 시대에 왜 억대 작가는 용납되지 않느냐」는 논리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뛰어난 글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방송작가나 시나리오 작가로 빠져나간다. 문단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출판사들이 고액의 상금을 내걸고 작가를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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