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한국계 록가수「빅토르 최」,17일 뮤지컬공연

  • 입력 1996년 12월 16일 19시 56분


「金順德기자」 『표현할 수 있는 자유, 노래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해』 『페레스트로이카도 정신의 자유와 변혁에 대한 요구에서 나온 것이지. 바로 록의 정신이야』 격정적 록음악과 애조띤 러시아민요의 선율이 울려퍼지는 서울시립가무단 연습실. 구소련에서 자유와 저항의 노래로 젊은이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한국계 록가수 빅토르 최가 타계 6년만에 서울에서 부활하는 현장이다. 17∼22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되는 서울시립가무단의 뮤지컬 「어느 곳에도 나의 발자국은 남아있지 않다」는 빅토르 최의 생애와 예술을 그린 작품이다. 62년 카자흐에서 한인3세로 태어난 빅토르 최는 85년 데뷔앨범 「우리는 변화를 기다린다」를 펴냈으나 구소련 당국으로부터 금지곡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70년대 우리나라의 「아침이슬」처럼 대학생들사이에 널리 퍼졌으며 86년 페레스트로이카와 함께 해금됐다. 이후 빅토르 최는 구소련 최고의 인기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90년 한국공연을 두달 앞두고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번 작품에서 빅토르 최의 역을 맡은 배우는 김봉환. 그는 얼마전까지 출연하던 KBS 「TV유치원」의 「아저씨 냄새」를 말끔히 벗을 만큼 체중이 크게 빠졌다. 『야 이 개같은 세상아. 문 좀 열어봐라. 날 좀 들어가게 해달란 말이야』하고 절규하는 모습,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막아도/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하고 노래하는 그의 얼굴은 반항하는 청춘의 이미지 그대로다. 빅토르 최를 사랑하는 러시아 여인역의 강효성씨는 지난 9월 뮤지컬 「블루 사이공」의 여주인공으로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받은 배우. 「남자의 더러워진 셔츠를 빨면서 행복을 느끼는 여자, 사랑의 이름으로 남자를 구속하기보다 자유를 주는 여자」가 자신이 맡은 역이라고 설명한다. 손정우씨가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식 구성을 피하고 빅토르 최의 음악 메시지, 예술 이미지 중심으로 엮어진다. 서구의 록과는 달리 회색빛의 가라앉은 듯한 빅토르 최의 「담배 한개비」 「나는 건달입니다」 등의 노래가 소개된다. 러시아의 혼란상, 페레스트로이카의 역동성 등을 춤으로 표현한 안애순씨의 안무는 극적 상황을 한껏 돋우어 준다. 개막시간은 평일 오후7시, 토 오후3시 7시, 일 오후3시. ☎ 02―399―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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