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진화론 인정』 발언 국내 종교계 민감 반응

  • 입력 1996년 11월 9일 20시 52분


「金璟達기자」 『창조냐 진화냐』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이같은 해묵은 주제가 최근 국내 종교계에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최근 『다윈의 진화론이 가설 이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고 발언한데 대해 국내 종교계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개신교쪽이다.

개신교를 믿는 과학자들로 구성된 창조과학회(회장 김영길)는 교황발언 이후 『창조론과 진화론은 절대 타협하거나 공존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표명했다.

이 모임의 조덕영간사는 『지금껏 침묵하던 교황청에서 이번에 진화론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동안 진화론에 대한 확신을 찾지못하고 주저해 왔음을 반증한다』면서 『현재 창조과학회가 「창세기로 돌아가자」를 주제로 벌이고 있는 전국 순회강연회를 통해 계속 진화론 반대운동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웅상 명지대 교목실장도 『교황의 이번 발언은 한때 교황청에서 이단시했던 프랑스의 샤르뎅과 같은 유신론적 진화론자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성경과 창조의 신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주교에서는 교황의 이번 발언이 오래 전부터 있어온 창조와 진화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을 다시한번 확인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황은 이번 발언을 통해 창조론이 배제되지 않는 한 진화론은 교회의 가르침과 상충되지 않으며 영혼은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것임을 다시금 분명히 했다는 것.

가톨릭신학대의 임병헌신부는 이번 교황의 발언이 현대의 진일보한 자연과학의 성과를 창조론 안에서 담아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불교계는 교황이 이같은 발언을 여유있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동국대불교문화연구원의 권기종원장은 『창조론과 진화론은 생명체의 시작을 규정하려 하는데 반해 불교는 시공간적으로 무시(無始) 무종(無終) 즉, 시작과 끝이 없이 다만 인연이 있을 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기론에 대해 권원장은 『이합집산의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는 세계관』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지난 10월23일 교황청 과학아카데미에 보낸 메시지에서 『새로운 지식으로 이제 인간이 생명의 초기 형태에서 서서히 발전한 산물이라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가설 이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교황은 또 진화론 인정발언과 동시에 『창조 자체는 하느님의 일이며 인간은 육체를 넘어서는 다른 차원을 갖고 있다는 데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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