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건축]건축가가 본 클뤼니 박물관

  • 입력 1996년 10월 29일 20시 26분


옛 도시를 보면 인간의 지혜는 같은 역사의 레일 위에 있는 것을 느낀다. 지금 시작한다하여도 그 자리일 수밖에 없을 자리에 옛 도시들이 서 있다. 도시를 개발하려 할 때 가장 좋은 곳을 찾으면 대부분 옛 도시의 유적이 있는 곳이다. 도시 개발은 과거의 유적과 부딪칠 숙명을 갖는다. 역사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상반하는 두 입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는 어느 도시나 안고 있는 숙제다. 시테섬과 센강 왼쪽에서 로마의 식민도시로 시작된 파리는 역사의 보존과 개발을 가장 지혜롭게 이룬 도시다. 오스만 남작 팀에 의한 대대적인 도시개혁과정과 현대도시화의 물결 속에서도 항상 역사의 보존과 개발을 양립시켜 왔다. 클뤼니박물관은 역사가 함께 모여 이룬 2천년 역사도시 파리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클뤼니박물관 자리는 로마인들이 센강 왼쪽에 로마의 식민도시를 세운 바로 그 자리다. 포룸 신전 시장 극장 대욕장 등 문화인프라가 도시의 중심공간이었던 옛 로마의 유적이 아직 파리의 중심 가로인 상자크 대로 좌우에 남아 있다. 클뤼니박물관은 고대 로마 도시의 대욕장 유적과 중세 클뤼니 수도원의 두 천년건축이 만든 오늘의 공간이다. 고대의 유적과 중세의 유적이 유적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역사를 담는 공간형식의 박물관이 된 것이 클뤼니박물관이다. 클뤼니박물관에 들어서면 2천년의 시간과 공간이 하나가 되어 다가온다. 문득 사람을 중세로 끌고 가는 가득한 유물 사이를 지나면 로마의 유적이 나타나고 로마의 유적과 중세의 수도원 사이를 잇는 현대의 천창 아래에는 지하에 묻혔던 파리의 2천년 역사가 발굴되어 전시되고 있다. 옛 욕장의 대공간은 모든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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