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 「욕」 생활화…일부방송 비속어사용도 한몫

  • 입력 1996년 10월 20일 20시 19분


「尹景恩기자」 서울 대치동에서 중고생을 가르치는 학원강사 정인희씨(24·여)는 요즘 학생들이 흔히 쓰는 「△나게」라는 말이 귀에 거슬려 못 견딜 지경이다. 남학 생이든 여학생이든 「△나」 「△나게」 「△나리」라는 말을 아예 입에 달고 다닌 다. 『시험 △나 어려웠어요』 한번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하는 여고생에게 『그게 무슨 뜻인지나 알고 쓰느냐』고 물었다. 『뭐 「되게 많이」란 뜻의 부사 아니예요?』 어느새 「부사」가 되어버린 「△나」를 두고 어처구니 없어진 정씨가 뜻을 말해 주자 여고생은 『친구들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 습관적으로 쓰는 것 같다』 고 말했 다.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심한 욕을 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자신은 「△나」 「□탱 구리」 「지랄한다」 정도의 「약한」 욕만을 한다는 것. 회사원 김병국씨(45)는 며칠 전 교복을 단정히 입은 여학생들이 『에이 □할』이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라 중3짜리 딸에게 『여자애들도 그런 욕을 다 하느 냐』고 물어봤다. 「년」 「놈」 「새끼」는 물론이고 「□할」 「지랄한다」 「△ 같다」쯤은 아이들 대부분이 늘 사용하는 말이라 욕이라는 생각도 안 든다는 것이 딸의 대답. 불과 몇년전만 해도 이런 욕은 남학생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요즘은 초등 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욕을 자연스럽게 내뱉는다. 「다들 욕을 하니 까 별로 이상하지도 않고 웃으면서 듣는다」는 얘기. 특별히 화나거나 기분나쁘지 않더라도 일상대화에 「염병하네」 「거지발싸개같은 년」 등의 욕을 자연스럽게 섞 고 형용사 앞에는 으레 「△나게」를 붙인다. 방송에서의 무분별한 욕과 비속어 사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서울YMCA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모임」에서는 『일부 TV청소년드라마에서 현실 반영을 이유로 비속어를 남발하고 있다』며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거길 확 까버릴 거야」라고 말하는 대사 등을 예로 들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새로 만들어낸 말들도 저속한 뜻을 가진 것이 많다. 일부 여학생 들은 「진짜야?」를 「엄창이야?」란 말로, 「거짓말하지마」를 「엄창까지마」라는 말로 대신한다. 「엄창」은 「니네 엄마 창녀」라는 뜻의 준말이라는 것이 학생들 의 설명. 부모세대는 언뜻 이해도 안되는 「기분이 참 □스럽다」 「왜 야리고 지랄 이야」는 등의 말도 그들의 창작품이다. 서울대 박갑수교수(국어학)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욕을 통해 친근감을 표시하려 는 경향이 여학생들에게도 나타나는 것』이라며 『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언 어가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규제하므로 부적당한 상황에서 욕을 남용해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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