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갈아 자녀지도 「두레과외」 도심속 『이웃사촌』

  • 입력 1996년 10월 18일 22시 05분


「李成柱기자」 『이웃집 아이를 가르치면서 내 아이만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벗어났 어요』 『아이가 제멋대로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일이 줄었어요』 김신영 윤강옥 장성윤 정경숙씨. 경기 성남시 분당구 건영빌라에 사는 이들 네 주 부는 번갈아가며 5∼7세인 자녀들에게 미술 영어 한자 등을 가르치면서 이웃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매주 월 목 금요일 자녀가 유치원에서 돌아온 뒤인 오후 3∼4시 한명의 주부가 「 과외교사」가 된다. 나머지 주부는 자녀 뒤치다꺼리때문에 미뤄뒀던 쇼핑이나 대청 소 등을 한다. 「두레과외」는 지난해말 아이를 유치원차에 태워보낸뒤 남은 엄마들끼리 차를 마 시면서 나온 아이디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녀를 서너군데의 학원에 보내는 효과 를 얻을 수 있다는 윤씨의 제안에 나머지주부들이 동의했고 하루 이틀 미루다 지난 5월 시작했다. 유치원생인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전공이나 학벌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뜻 시작 못하는 마음이 문제일 따름이었다. 대학때 체육이 전공이었던 윤씨는 아르바이 트경험을 살려 영어를, 지리학과를 나온 장씨는 출판사근무경험을 살려 미술을 맡았 다.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한자를 가르치고 특별히 맡은 과목이 없는 정씨는 이들 세명에게 급한 일이 생겨 수업이 불가능할 때 동화책을 읽어주거 나 「학생들」의 어린 동생들을 돌본다. 이들은 『다른집 아이보다 더 똑똑한 아이를 만들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으나 처 음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것을 얻게 됐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더불어 살 이웃을 얻게됐다. 엄마들끼리 왕래가 잦아져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된 것. 외출때 아이 를 맡기거나 자녀문제와 가족일을 의논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됐다. 엄마들은 교사로서 아이들을 똑같이 대해주려 노력하다보니 「우리아이만 최고」 라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자신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똑똑한 아이보다 친구를 생각 할 줄 아는 올바른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생 겼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들끼리 의논하기도 한다. 이들 네 주부는 지난 6월말에는 남편의 차 두대를 동원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세곡동 헌인릉에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엄마들은 앞으로 문화유적지나 산과 들에 함께 데리고 가는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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