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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의 귀향[이준식의 한시 한 수]〈88〉

    아들의 귀향[이준식의 한시 한 수]〈88〉

    어머니의 자식 사랑 끝이 없어서 아들이 때맞춰 돌아오자 너무 기뻐하시네.겨울옷은 촘촘하게 바느질하셨고 보내준 편지엔 아직도 먹물 자국 선명하네.만나자마자 야위었다 걱정하시고 날 불러 고생한 걸 물어보시네.송구한 마음에 우물쭈물 얼버무리며 풍진 세상의 고생살이 차마 말씀 못 드렸지.(愛…

    • 20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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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를 위한 연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87〉

    아내를 위한 연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87〉

    당신은 내게 돌아올 날을 묻지만 아직은 기약이 없다오.이 가을 파산에는 밤비가 내려 연못물 그득 넘쳐나네요.어느 때면 서창에 앉아 오순도순 촛불 심지 다듬어가며비 내리는 파산의 이 밤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런지.君問歸期未有期, 巴山夜雨漲秋池. 군문귀기미유기, 파산야우창추지何當共剪西窓燭,…

    •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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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별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6〉

    작별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6〉

    말에서 내려 그대에게 술을 권하며 어디로 가려냐고 물었더니뜻을 못 이루어 남산 기슭으로 돌아간다는 그대의 대답.더 이상 묻지 않으리니 그냥 떠나시오. 그곳엔 흰 구름이 끊이지 않을 테니.(下馬飮君酒, 問君何所之. 君言不得意, 歸臥南山수. 但去莫復問, 白雲無盡時.) ―‘송별(送別)’…

    •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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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저 웃을 뿐[이준식의 한시 한 수]〈85〉

    그저 웃을 뿐[이준식의 한시 한 수]〈85〉

    왜 청산에 사느냐 내게 묻기에, 그저 웃을 뿐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느긋하다.복사꽃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는 곳, 여기는 별천지, 인간 세상이 아니라네.(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I然去, 別有天地非人間.)―‘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李白·701∼762) 시제는 ‘산…

    •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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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나그네[이준식의 한시 한 수]〈84〉

    가을 나그네[이준식의 한시 한 수]〈84〉

    거센 바람, 드높은 하늘, 원숭이 울음 구슬프고 맑은 강가, 흰 모래톱, 새떼들이 날아든다./가없는 숲엔 우수수 낙엽이 지고 끝없는 장강 도도히 물결 흐른다./만리타향 슬픈 가을에 나그네 신세, 평생토록 병치레하다 홀로 누대에 오른다./고난으로 하얘진 귀밑머리 더없이 한스럽고 노쇠해져…

    •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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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기다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83〉

    어떤 기다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83〉

    뜰 안의 진기한 나무 한 그루, 잎 푸르고 꽃들은 만발하였네. 가지 당겨 그 꽃 꺾어 그리운 이에게 보내려는데 꽃향기 옷자락에 넘쳐나지만 길 멀어 그곳으로 보낼 수 없네. 이 꽃이 뭐 그리 소중하랴만 오랜 이별 마음으로 느낄 순 있으리. (庭中有奇樹, 綠葉發華滋. 攀條折其榮, …

    • 202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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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야청청 소나무[이준식의 한시 한 수]〈82〉

    독야청청 소나무[이준식의 한시 한 수]〈82〉

    동쪽 정원 푸른 소나무, 무성한 초목에 그 자태가 묻혀 있더니 된서리에 초목들이 시들해지자 우뚝하니 높은 가지 다 드러나네. 숲에 붙어 있으면 아무도 몰라보지만 저 홀로 서 있으면 다들 경탄해 마지않지. 술병 든 채 차가운 가지 만져도 보고 이따금 멀찍이서 바라도 보네. 우리네…

    •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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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을 권하는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1〉

    추억을 권하는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1〉

    어떤 자리서 술을 잊지 못할까. 하늘 끝 헤어졌다 다시 만나 옛정을 나눌 때지. 청운의 꿈은 다들 이루지 못한 채 흰머리 된 걸 서로가 놀라워하지. 이십 년 전 이별한 후 아득히 삼천 리 밖을 떠돌았으니 이럴 때 술 한 잔 없다면 무슨 수로 지난 평생을 다 풀어내랴. (何處難忘…

    •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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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궤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80〉

    삶의 궤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80〉

    걸상을 옮겨가며 맑은 햇빛 즐기노라니 느긋하니 세상 근심 사그라지네. 줄에 매달린 거미는 내려왔다 또 올라가고 다투듯이 참새들은 떨어졌다 다시 나네. 서로 어울려 참새들 찬 대숲으로 들어가고 줄 거둔 거미는 저녁 대문에 붙어 있다. 고즈넉한 이 정경 그 누가 알랴. 이끼 풀빛만 …

    •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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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의 초대[이준식의 한시 한 수]〈79〉

    친구의 초대[이준식의 한시 한 수]〈79〉

    친구가 닭과 기장밥 마련해 놓고 시골집으로 나를 초대했네. 푸른 나무들 마을 주변에 몰려 있고 푸른 산은 성 밖으로 비껴 앉았다. 창문 열어 채마밭 마주한 채 술잔 들고 두런두런 농사 이야기./중양절 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와 국화꽃 감상하리라. (故人具계黍, 邀我至田家. 綠樹…

    •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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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족상잔[이준식의 한시 한 수]〈78〉

    동족상잔[이준식의 한시 한 수]〈78〉

    곡식 먹인 은혜를 갚을 줄 알기나 할까?/쇳조각 찬 발톱과 화사한 볏, 기세는 구름마저 가로막을 듯. 대낮 올빼미가 울어댈 땐 나 몰라라 하면서도/겨잣가루 묻힌 깃털로 자기 무리를 해치려 하네. (何曾解報稻粱恩, 金距花冠氣알雲. 白日梟鳴無意問, 唯將芥羽害同群.) ―‘투계를 보며 우…

    •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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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뇌의 시인[이준식의 한시 한 수]〈77〉

    고뇌의 시인[이준식의 한시 한 수]〈77〉

    시 두 구절 3년 만에 얻고 나서 한 번 읊조려 보니 눈물이 주르륵. 친한 벗이 만약 이걸 몰라준다면 쓸쓸한 고향 산으로 돌아가 누우리. (二句三年得, 一吟雙淚流. 知音如不賞, 歸臥故山秋.) ―‘시를 짓고 나서(題詩後)’ 가도(賈島·779∼843)어떤 이는 세 걸음 혹은 일곱 걸…

    •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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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과 잎의 조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76〉

    꽃과 잎의 조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76〉

    세간에선 꽃과 잎을 다르게 취급하니/꽃은 예쁜 화분에 심고 잎은 그저 진흙이 될 뿐. 연꽃만은 푸른 잎과 붉은 꽃망울이/말고 펴고 열리고 닫히는 게 마냥 자연스럽지. 늘 이렇게 잎과 꽃이 서로를 받쳐주거늘/잎 지고 꽃 시들면 정말 마음 아프리니. (世間花葉不相倫, 花入金盆…

    •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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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분지족[이준식의 한시 한 수]〈75〉

    안분지족[이준식의 한시 한 수]〈75〉

    길흉화복엔 다 이유가 있는 법,/그걸 잘 알고는 있으되 걱정할 건 없지. 불길이 고대광실을 태우는 건 봤지만/풍랑이 빈 배를 뒤엎는단 소린 듣지 못했네. 명예는 모두의 것이니 많이 가지려 말고/이익은 몸의 재앙이니 조금만 가져야지. 내걸린 표주박과 달리 안 먹을 순 없지만/대충…

    •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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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녀의 섬뜩한 호소[이준식의 한시 한 수]〈74〉

    미녀의 섬뜩한 호소[이준식의 한시 한 수]〈74〉

    달을 쳐다볼 때마다 서글퍼지는 이 마음,/저 달은 움직여도 나는 꼼짝 못하네. 어느 때면 한나라 사신을 만나/날 위해 화공((화,획)工)을 참수해달라는 서신을 보낼거나. (一回望月一回悲, 望月月移人不移. 何時得見漢朝使, 爲妾傳書斬(화,획)師.) ―‘왕소군(王昭君)’ 최국보(崔國輔·…

    • 20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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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잎에 날리는 그리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73〉

    꽃잎에 날리는 그리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73〉

    바람에 꽃잎 지며 세월은 저무는데 만날 기약 여전히 아득하기만./내 님과는 한마음으로 맺지 못한 채 부질없이 풀매듭만 하나로 묶어보네./가지마다 가득 핀 꽃 어찌할거나. 둘 사이 그리움만 되살아나는걸./아침 거울에 떨어지는 옥구슬 눈물, 봄바람은 이 마음을 알기나 할까. (風花日將…

    •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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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이로운 자연 풍광[이준식의 한시 한 수]〈72〉

    경이로운 자연 풍광[이준식의 한시 한 수]〈72〉

    비 개자 들판은 아득히 넓고 눈길 닿는 끝까지 티끌 하나 없다./ 성곽 대문은 나루터에 닿아 있고 마을 나무들은 시냇가까지 펼쳐졌다./ 흰빛 물은 논밭 저 밖에서 반짝이고 푸른 봉우리 산 너머로 삐죽이 솟았다./ 농사철이라 한가한 이 없이 온 집안이 나서서 남쪽 논밭을 가꾼다. (新晴…

    •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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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미의 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71〉

    매미의 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71〉

    원래 높은 곳에 살기에 배불리 먹지 못하고/부질없이 울음으로 한을 달랜다. 새벽에야 끊어질 듯 잦아드는 울음,/나무는 무심하게 저 홀로 푸르구나. 낮은 벼슬 탓에 나무 인형처럼 물 위를 떠돌았으니/고향의 전원은 온통 잡초 무성하리니. 수고롭게 그대만이 날 일깨워준다만/집안이 청…

    •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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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귀의 하소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70〉

    까마귀의 하소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70〉

    햇살 받아 찬란한 깃털 나부끼고/밤이면 거문고 가락에 맞춰 울음 운다. 황궁 상림원엔 나무들 하고많건만/내 머물 가지 하나 내주질 않네. (日裏양朝彩, 琴中伴夜啼. 上林許多樹, 不借一枝棲.) ―‘까마귀를 노래하다(영오·詠烏)’(이의부·李義府·614∼666)시문은 당대 과거시험의…

    •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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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정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69〉

    평정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69〉

    숲을 뚫고 나뭇잎 때리는 빗소릴랑 괘념치 말게./시 흥얼대며 느긋하게 걸은들 무슨 상관이랴./대지팡이 짚고 짚신 신으니 말 탄 것보다 가볍다네./무엇이 두려우랴? 안개비 속 도롱이 걸친 채 평생을 맡길진저.(1절) 산득한 봄바람에 취기가 사라져 살짝 찬 기운이 감돌긴 해도/산마루에…

    •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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