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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파격[이준식의 한시 한 수]〈222〉

    시인의 파격[이준식의 한시 한 수]〈222〉

    까마득히 먼 쓸쓸한 산길, 콸콸 흐르는 차가운 산골짝 개울.재잘재잘 언제나 새들이 머물고, 적적하게 인적이 끊긴 곳.쏴 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펄펄 눈송이 내 몸에 쌓인다.아침마다 해는 보이지 않고, 해마다 봄조차 알지 못한다.(杳杳寒山道, 落落冷澗濱. 啾啾常有鳥, 寂寂更無人. 淅…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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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학자를 향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21〉

    유학자를 향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21〉

    노나라 땅 노인들 오경(五經)을 논하지만, 백발이 되도록 경전 구절에만 매달린다.나라 경영의 책략을 물어보면, 안개 속에 빠진 듯 흐리멍덩. 발에는 먼길 오갈 때 신는 무늬 새긴 신발, 머리엔 젠체하기 좋은 네모난 두건.느릿한 걸음으로 큰길만 다니고, 걷기도 전에 먼지부터 일으킨다.…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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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20〉

    어부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20〉

    늘그막엔 고요함을 좋아할 뿐, 만사에 다 관심이 없다오.스스로를 돌아봐도 좋은 계책이 없어, 그저 옛 숲으로 돌아올 수밖에.솔바람 불면 허리띠 풀고, 산 달빛 비추면 거문고 타지요.그대 곤궁과 영달의 이치를 묻지만,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숙이 사라지고 있잖소.(晚年惟好靜, 萬事不關心.…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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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 회고[이준식의 한시 한 수]〈219〉

    영웅 회고[이준식의 한시 한 수]〈219〉

    승패는 군대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법, 수모와 치욕을 견뎌야 진정한 대장부. 강동 젊은이 중에 인재가 넘쳤으니, 권토중래할는지는 그 누구도 몰랐으련만.(勝敗兵家事不期, 包羞忍恥是男兒. 江東子弟多才俊, 捲土重來未可知.)―‘오강정에서 짓다(제오강정·題烏江亭)’ 두목(杜牧·803∼852)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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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동파와 음주[이준식의 한시 한 수]〈218〉

    소동파와 음주[이준식의 한시 한 수]〈218〉

    근심 걱정 모르는 어린 아들, 앉으나 서나 내 옷자락을 잡아끈다.아이에게 막 화내려는 참에, 철없는 애 아니냐며 마누라가 말린다.애도 아둔하지만 당신은 더하구려. 즐기면 되지 무슨 걱정이시오.이 말에 창피해서 돌아와 앉았는데, 술잔 씻어서 내 앞에 내놓는다.그 옛날 유영(劉伶)의 부인…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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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염한 연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17〉

    농염한 연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17〉

    요사이 대문 앞 개울물 불어났을 땐, 낭군의 배 여러 번 몰래 찾아왔었지요.배가 작아 붉은 장막은 펼칠 수 없고요. 어쩔 도리 없이, 짝을 이룬 연꽃 그림자 아래서 하염없이 슬퍼하고만 있답니다.원컨대 소첩이 붉은 연꽃이 되어, 해마다 가을 강 위에 돋아났으면.낭군 또한 꽃 아래 물결이…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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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시인의 ‘유유자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216〉

    어린 시인의 ‘유유자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216〉

    소 타고 저만치 앞마을 지나는 목동, 피리 부니 바람결에 밭 두둑 너머로 들려온다.명리를 좇는 수많은 장안 사람들, 온갖 지혜 다 짜지만 그대만 못하리라.(騎牛遠遠過前村, 吹笛風斜隔隴聞. 多少長安名利客, 機關用盡不如君.) ―‘목동의 노래(목동시·牧童詩)’ 황정견(…

    •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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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덕스러운 과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15〉

    천연덕스러운 과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15〉

    내 나이 여든, 그댄 열여덟. 그댄 홍안이요 난 백발.뒤집으면 그대와는 원래 동갑내기, 우리 사이엔 환갑 하나가 끼어 있을 뿐.(我年八十卿十八, 卿是紅顏我白髮. 與卿顛倒本同庚, 只隔中間一花甲.)―‘무제(無題)’·장선(張先·990∼1078)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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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들의 의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214〉

    버들의 의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214〉

    장대(章臺)의 버들, 장대의 버들이여. 지난날 푸르름이 지금도 여전한지?그 긴 가지 옛날처럼 드리웠대도, 분명 남의 손에 꺾여 들어갔으리.(章臺柳, 章臺柳. 昔日靑靑今在否. 縱使長條似舊垂, 也應攀折他人手.)― ‘장대류·유씨에게 보내다(章臺柳·寄柳氏)’·한굉(韓翃·당 중엽·생졸 미상)

    •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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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달픈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수]〈213〉

    애달픈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수]〈213〉

    야박한 세태, 사나운 인정, 황혼녘 빗속에 쉬 떨어지는 꽃잎.새벽바람에 말라버린 눈물, 그 흔적만 남았네요.시름을 편지로 쓰려다 난간에 기댄 채 내뱉는 혼잣말.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들어요! 우린 남남이 되었고, 어제와는 달라진 오늘, 그넷줄처럼 흔들리는 내 병든 영혼.경보 알리는 싸…

    •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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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곡한 청탁[이준식의 한시 한 수]〈212〉

    완곡한 청탁[이준식의 한시 한 수]〈212〉

    팔월 호수 물이 언덕까지 넘실대고, 허공을 머금은 채 하늘과 섞여 있네요.수증기는 호면 위로 피어오르고, 물결은 악양성을 뒤흔들 듯.건너려 해도 배와 노가 없으니, 한가로운 내 삶이 임금님께 부끄럽다오.앉아서 낚시꾼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일어나는 물고기 욕심.(八月湖水平, 涵虛混太清…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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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믿을 낭군[이준식의 한시 한 수]〈211〉

    못 믿을 낭군[이준식의 한시 한 수]〈211〉

    묻노니 강물과 바닷물이,어찌 낭군의 정, 소첩의 마음과 비슷하리오.믿음직한 조류(潮流)보다 못한 낭군의 정이 한스럽고요,제 사랑에 비하면 바닷물도 깊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요.(借問江潮與海水, 何似君情與妾心. 相恨不如潮有信, 相思始覺海非深.)―‘낭도사(浪淘沙)’·백거이(白居易·77…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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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귀향[이준식의 한시 한 수]〈210〉

    어떤 귀향[이준식의 한시 한 수]〈210〉

    영남 밖으로 내몰려 가족과 소식 끊기고, 겨울 나고 또다시 봄이 지나네.고향 가까워지자 한결 두려워지는 심정, 그곳서 온 사람에게 차마 집 소식 묻지 못하네.(嶺外音書斷, 經冬復歷春. 近鄉情更怯, 不敢問來人.)―‘한수를 건너며(도한강·渡漢江)’·송지문(宋之問·약 656∼712)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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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독한 형제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09〉

    돈독한 형제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09〉

    성군의 은덕 하늘 같아서 만물에 봄기운 가득한데, 이 몸만은 우매하여 스스로를 망쳤구나.제 명도 못 채우고 죗값을 치를 처지, 여남은 가족 갈 데 없으니 네게 누가 되겠지.어느 청산에든 내 뼈야 묻히겠지만, 언젠가 밤비 속에 너 홀로 상심하고 있으리.너와 함께 세세손손 형제가 되어, …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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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지로 시를 짓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208〉

    억지로 시를 짓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208〉

    따스한 강변 정자에 엎드려, 느릿느릿 시 읊으며 들판을 바라본다.강물 흘러도 겨루고픈 생각이 없고, 구름 떠 있으니 마음 함께 느직하다. 가만가만 봄날은 저물어가는데, 생기발랄 만물은 저 홀로 활기차다.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 신세, 시름 잊고자 억지로 시를 짓는다.(坦腹江亭暖, …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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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풋내기 풍류객[이준식의 한시 한 수]〈207〉

    풋내기 풍류객[이준식의 한시 한 수]〈207〉

    포도주, 금 술잔. 작은 말에 실려 온 열다섯 남방 미녀.검푸른 눈썹 화장, 붉은 비단 신발. 말소리 투박해도 교태로운 노랫소리.이 화려한 연회에서 내 품에 취했으니, 연꽃무늬 휘장 안에서 내 그대를 어찌할거나.(葡萄酒, 金叵羅, 吳姬十五細馬馱. 青黛畫眉紅錦靴, 道字不正嬌唱歌. 玳瑁筵…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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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화를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6〉

    참화를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6〉

    반딧불이 불빛이 작다 마시라. 그래도 어둠 속 내 마음을 밝혀 주나니.청풍(淸風)은 글자도 모르면서 왜 제멋대로 책갈피를 뒤적이는가.(莫道螢光小, 猶懷照夜心. 淸風不識字, 何故亂飜書.)―‘맑은 바람(청풍도·淸風濤)’ 서준(徐駿·?∼1730)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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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희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05〉

    무희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05〉

    비단 소매 휘날리자 향기는 끝없이 피어오르고, 붉은 연꽃 하늘하늘 가을 안개 속에 피어난 듯.산 위의 가벼운 구름 잠시 바람에 흔들리듯, 여린 버들 연못가에서 살짝 물결을 스치듯. (羅袖動香香不已, 紅蕖裊裊秋煙裏. 輕雲嶺上乍搖風, 嫩柳池邊初拂水.) ―‘장운용의 춤에 보내는 노래(증장운…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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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이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204〉

    봄날의 이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204〉

    술잔 앞에 두고 돌아갈 날 알리려는데, 말도 꺼내기 전 고운 임이 목메어 울먹인다.인생이 원래 정에 약해서 그렇지, 이 응어리가 바람이나 달과는 아무 상관없지.이별가로 새 노래는 짓지 말게나. 옛 곡 하나로도 애간장이 다 녹아나거늘. 낙양성 모란이나 실컷 즐기세. 그래야 봄바람과도 쉬…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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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평을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3〉

    혹평을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3〉

    허공에서 떨어지는 천 길 곧은 물줄기, 우레 소리 내며 쉼 없이 강으로 흘러드네.예나 지금이나 흰 비단 자락 휘날리듯, 한 줄기 폭포수가 푸른 산빛을 가르네.(虛空落泉千仞直, 雷奔入江不暫息. 今古長如白練飛, 一條界破靑山色.)―‘여산 폭포(廬山瀑布)’ 서응(徐凝·당 중엽)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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