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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야청청 소나무[이준식의 한시 한 수]〈82〉

    독야청청 소나무[이준식의 한시 한 수]〈82〉

    동쪽 정원 푸른 소나무, 무성한 초목에 그 자태가 묻혀 있더니 된서리에 초목들이 시들해지자 우뚝하니 높은 가지 다 드러나네. 숲에 붙어 있으면 아무도 몰라보지만 저 홀로 서 있으면 다들 경탄해 마지않지. 술병 든 채 차가운 가지 만져도 보고 이따금 멀찍이서 바라도 보네. 우리네…

    •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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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을 권하는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1〉

    추억을 권하는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1〉

    어떤 자리서 술을 잊지 못할까. 하늘 끝 헤어졌다 다시 만나 옛정을 나눌 때지. 청운의 꿈은 다들 이루지 못한 채 흰머리 된 걸 서로가 놀라워하지. 이십 년 전 이별한 후 아득히 삼천 리 밖을 떠돌았으니 이럴 때 술 한 잔 없다면 무슨 수로 지난 평생을 다 풀어내랴. (何處難忘…

    •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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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궤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80〉

    삶의 궤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80〉

    걸상을 옮겨가며 맑은 햇빛 즐기노라니 느긋하니 세상 근심 사그라지네. 줄에 매달린 거미는 내려왔다 또 올라가고 다투듯이 참새들은 떨어졌다 다시 나네. 서로 어울려 참새들 찬 대숲으로 들어가고 줄 거둔 거미는 저녁 대문에 붙어 있다. 고즈넉한 이 정경 그 누가 알랴. 이끼 풀빛만 …

    •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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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의 초대[이준식의 한시 한 수]〈79〉

    친구의 초대[이준식의 한시 한 수]〈79〉

    친구가 닭과 기장밥 마련해 놓고 시골집으로 나를 초대했네. 푸른 나무들 마을 주변에 몰려 있고 푸른 산은 성 밖으로 비껴 앉았다. 창문 열어 채마밭 마주한 채 술잔 들고 두런두런 농사 이야기./중양절 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와 국화꽃 감상하리라. (故人具계黍, 邀我至田家. 綠樹…

    •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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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족상잔[이준식의 한시 한 수]〈78〉

    동족상잔[이준식의 한시 한 수]〈78〉

    곡식 먹인 은혜를 갚을 줄 알기나 할까?/쇳조각 찬 발톱과 화사한 볏, 기세는 구름마저 가로막을 듯. 대낮 올빼미가 울어댈 땐 나 몰라라 하면서도/겨잣가루 묻힌 깃털로 자기 무리를 해치려 하네. (何曾解報稻粱恩, 金距花冠氣알雲. 白日梟鳴無意問, 唯將芥羽害同群.) ―‘투계를 보며 우…

    • 20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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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뇌의 시인[이준식의 한시 한 수]〈77〉

    고뇌의 시인[이준식의 한시 한 수]〈77〉

    시 두 구절 3년 만에 얻고 나서 한 번 읊조려 보니 눈물이 주르륵. 친한 벗이 만약 이걸 몰라준다면 쓸쓸한 고향 산으로 돌아가 누우리. (二句三年得, 一吟雙淚流. 知音如不賞, 歸臥故山秋.) ―‘시를 짓고 나서(題詩後)’ 가도(賈島·779∼843)어떤 이는 세 걸음 혹은 일곱 걸…

    •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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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과 잎의 조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76〉

    꽃과 잎의 조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76〉

    세간에선 꽃과 잎을 다르게 취급하니/꽃은 예쁜 화분에 심고 잎은 그저 진흙이 될 뿐. 연꽃만은 푸른 잎과 붉은 꽃망울이/말고 펴고 열리고 닫히는 게 마냥 자연스럽지. 늘 이렇게 잎과 꽃이 서로를 받쳐주거늘/잎 지고 꽃 시들면 정말 마음 아프리니. (世間花葉不相倫, 花入金盆…

    •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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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분지족[이준식의 한시 한 수]〈75〉

    안분지족[이준식의 한시 한 수]〈75〉

    길흉화복엔 다 이유가 있는 법,/그걸 잘 알고는 있으되 걱정할 건 없지. 불길이 고대광실을 태우는 건 봤지만/풍랑이 빈 배를 뒤엎는단 소린 듣지 못했네. 명예는 모두의 것이니 많이 가지려 말고/이익은 몸의 재앙이니 조금만 가져야지. 내걸린 표주박과 달리 안 먹을 순 없지만/대충…

    •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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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녀의 섬뜩한 호소[이준식의 한시 한 수]〈74〉

    미녀의 섬뜩한 호소[이준식의 한시 한 수]〈74〉

    달을 쳐다볼 때마다 서글퍼지는 이 마음,/저 달은 움직여도 나는 꼼짝 못하네. 어느 때면 한나라 사신을 만나/날 위해 화공((화,획)工)을 참수해달라는 서신을 보낼거나. (一回望月一回悲, 望月月移人不移. 何時得見漢朝使, 爲妾傳書斬(화,획)師.) ―‘왕소군(王昭君)’ 최국보(崔國輔·…

    • 20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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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잎에 날리는 그리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73〉

    꽃잎에 날리는 그리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73〉

    바람에 꽃잎 지며 세월은 저무는데 만날 기약 여전히 아득하기만./내 님과는 한마음으로 맺지 못한 채 부질없이 풀매듭만 하나로 묶어보네./가지마다 가득 핀 꽃 어찌할거나. 둘 사이 그리움만 되살아나는걸./아침 거울에 떨어지는 옥구슬 눈물, 봄바람은 이 마음을 알기나 할까. (風花日將…

    •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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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이로운 자연 풍광[이준식의 한시 한 수]〈72〉

    경이로운 자연 풍광[이준식의 한시 한 수]〈72〉

    비 개자 들판은 아득히 넓고 눈길 닿는 끝까지 티끌 하나 없다./ 성곽 대문은 나루터에 닿아 있고 마을 나무들은 시냇가까지 펼쳐졌다./ 흰빛 물은 논밭 저 밖에서 반짝이고 푸른 봉우리 산 너머로 삐죽이 솟았다./ 농사철이라 한가한 이 없이 온 집안이 나서서 남쪽 논밭을 가꾼다. (新晴…

    •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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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미의 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71〉

    매미의 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71〉

    원래 높은 곳에 살기에 배불리 먹지 못하고/부질없이 울음으로 한을 달랜다. 새벽에야 끊어질 듯 잦아드는 울음,/나무는 무심하게 저 홀로 푸르구나. 낮은 벼슬 탓에 나무 인형처럼 물 위를 떠돌았으니/고향의 전원은 온통 잡초 무성하리니. 수고롭게 그대만이 날 일깨워준다만/집안이 청…

    •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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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귀의 하소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70〉

    까마귀의 하소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70〉

    햇살 받아 찬란한 깃털 나부끼고/밤이면 거문고 가락에 맞춰 울음 운다. 황궁 상림원엔 나무들 하고많건만/내 머물 가지 하나 내주질 않네. (日裏양朝彩, 琴中伴夜啼. 上林許多樹, 不借一枝棲.) ―‘까마귀를 노래하다(영오·詠烏)’(이의부·李義府·614∼666)시문은 당대 과거시험의…

    •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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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정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69〉

    평정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69〉

    숲을 뚫고 나뭇잎 때리는 빗소릴랑 괘념치 말게./시 흥얼대며 느긋하게 걸은들 무슨 상관이랴./대지팡이 짚고 짚신 신으니 말 탄 것보다 가볍다네./무엇이 두려우랴? 안개비 속 도롱이 걸친 채 평생을 맡길진저.(1절) 산득한 봄바람에 취기가 사라져 살짝 찬 기운이 감돌긴 해도/산마루에…

    •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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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치 있는 반격[이준식의 한시 한 수]〈68〉

    재치 있는 반격[이준식의 한시 한 수]〈68〉

    난간 모서리에 기댄 하얀 얼굴, 밖을 향해 내뱉는 아리따운 목소리. 그대가 직녀가 아니시라면 어떻게 견우를 꾸짖으시는지? (素面倚欄鉤, 嬌聲出外頭. 若非是織女, 何得問牽牛.) ―‘현령 부인에게 사죄하다(사령처·謝令妻)’ 이백(李白·701∼762)시적 순발력이 돋보였던 이백. 소년 시…

    •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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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보의 노심초사[이준식의 한시 한 수]〈67〉

    두보의 노심초사[이준식의 한시 한 수]〈67〉

    내 성격 괴팍하여 멋진 시구만 탐닉한 탓에 시어로 경탄을 자아내지 못하면 죽어도 그만두는 법이 없었지./늘그막엔 시를 되는대로 짓다 보니 봄날 꽃과 새를 보고도 깊은 고심은 없어졌네./새로 만든 강 난간에서 낚싯대 드리우거나 낡은 뗏목 엮어 배 삼아 들락거릴 뿐./ 어찌하면 …

    •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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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거이의 첫사랑[이준식의 한시 한 수]〈66〉

    백거이의 첫사랑[이준식의 한시 한 수]〈66〉

    울지도 못한 채 몰래 한 이별,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그리워하네요 우리 둘 외에는 아무도 모르지요/깊은 새장에 갇혀 홀로 밤을 지새는 새, 예리한 칼날에 끊어진 봄날의 연리지 신세/황하수는 흐려도 맑아질 날이 있고 까마귀 머리 검다 해도 하얘질 때 있으련만/남모르는 은밀한 이별…

    •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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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 수]〈65〉

    어떤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 수]〈65〉

    산에 올라 궁궁이를 캐다 하산 길에 옛 남편을 만났네/무릎 꿇고 옛 남편에게 묻는 말. “새 여자는 또 어때요?”/“새 여자가 좋다고들 하는데 옛 사람만큼 예쁘진 않다오 얼굴은 비슷비슷해도 솜씨는 그렇지 못해요.”/“새 여자가 대문으로 들어올 때 옛 사람은 쪽문으로 나갔지요.” …

    •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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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용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64〉

    시인의 용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64〉

    지금 총애를 받는다고 옛정을 잊을 수 있다고 생각지 마오. 꽃을 보고도 눈물만 그렁그렁, 초왕과는 말도 나누지 않았다오. (莫以今時寵, 能忘舊日恩. 看花滿眼淚, 不共楚王言.) ―‘식부인’·왕유(王維·701∼761)식부인은 춘추시대 식국(息國) 군주의 아내. 초나라 문왕(文王)…

    •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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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돌이 시인[이준식의 한시 한 수]〈63〉

    떠돌이 시인[이준식의 한시 한 수]〈63〉

    여린 풀 미풍에 하늘대는 강 언덕, 높다란 돛대 올린 외로운 밤배./광활한 들판으로 별들이 쏟아지고 흘러가는 큰 강 위로 달이 용솟음친다./명성이 어찌 문장으로 드러나리? 관직마저 늙고 병들었으니 그만둘밖에./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 무엇에 비기랴. 천지간에 한 마리 갈매기라네.…

    •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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