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BJ 하겠다니 제정신이냐고 묻더군요”

동아일보 입력 2013-09-03 03:00수정 2013-09-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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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해설방송으로 스타덤
‘양띵’ 양지영-‘대도서관’ 나동현씨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게임 BJ 양지영 씨(왼쪽)와 나동현 씨. 온라인에서 ‘양띵’과 ‘대도서관’이란 닉네임으로 통하는 이들은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직장을 그만두고 게임 방송에 도전하겠다고 했더니 부모님까지도 ‘제정신이냐’고 물으시더군요.”

인터넷 게임 방송의 인기 BJ(Broadcasting Jockey·개인 방송 운영자)인 양지영 씨(24·여)와 나동현 씨(25). 각각 ‘양띵’과 ‘대도서관’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두 사람은 자신이 하는 방송의 광고 수입이 월 1000만 원씩을 훌쩍 넘는다. 둘은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라는 점 외에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게임 방송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홀로 방송’에 나설 때 주변에서 무모하다고 말린 것도 비슷했다.

게임 산업이 연간 10조 원대 규모로 성장하고 인터넷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이들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스타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초기에는 프로게이머가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두 사람처럼 자신의 개성을 살려 게임을 해설하는 인터넷 BJ가 인기다.

주변의 만류로 힘겹게 방송을 시작했지만 둘은 콘텐츠 광고 수입만으로 웬만한 자영업자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공했다. 유튜브와 국내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양 씨의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보는 이들은 100만 명을 넘었고, 나 씨도 50만 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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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개설한 두 사람의 전용 채널은 최근 6개월 동안 각각 1억 회 넘는 클릭 수를 기록했다. 유튜브에선 한 번 클릭에 1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업 유튜버(YouTuber·유튜브 광고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로 떠올랐다. 높은 수입도 놀랍지만 발언이나 행동이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양 씨는 “3년 전 순전히 게임이 좋아서 어렵사리 구한 직장까지 관두고 게임 방송에 도전했다”며 “기존 게임 방송이 경마 중계처럼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불만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 기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게임 초보자라도 쉽고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착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나 씨는 인기 게임에만 치우친 게임 방송이 불만이었다. 그는 “매년 수백 개의 신작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데 제대로 소개하는 방송은 턱없이 부족했다”며 “이제는 게임을 하면서 어려운 코스에서 실패하는 장면을 보여 주는 것마저 게이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단순히 게임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콘텐츠에 녹이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게임을 실제로 하고 있는 자신의 목소리와 반응을 자막으로 덧입혀 게임 방송을 단순한 중계가 아니라 예능 방송처럼 바꾼 것이다.

이들처럼 인기 BJ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이미 사용자 손수제작물(UCC)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 장비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일반인도 기업과 큰 차이가 없는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양 씨와 나 씨의 목표는 뉴미디어와 게임에 밝은 후배들을 발굴해 새로운 콘텐츠 제작자로 키우는 일이다. 이미 수많은 아마추어 BJ들이 제2의 ‘양띵’과 ‘대도서관’이 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나 씨는 “게임 세계에서는 고졸이라는 학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즐겁다고 생각한 일이 주위의 좋은 평가를 받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BJ#인터넷 게임 방송#양지영#양띵#나동현#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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