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공약에만 20조대 소요… 재원 방안은 ‘투명稅政’ 구호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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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年40조 공약가계부 분석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내놓은 복지 관련 공약을 이행하는 데 매년 들어갈 나랏돈은 각각 24조 원, 22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지역 공약을 이행하는 데도 매년 최소 수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돈 쓸 곳이 이처럼 많은데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은 △탈루 세금 과세 강화 △공평 과세 구현 등 슬로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금 인상 공약이 표(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한 ‘증세 없는 복지’가 다음 정부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재정 건전성도 나빠지고 생산적 복지도 달성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측은 “대선 후보들이 선거 공약을 선물 보따리처럼 풀어놓으면서 여론에 따라 허겁지겁 공약을 뜯어고치다 보니 정책이 누더기가 돼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 20조 원 넘는 보따리 복지 공약

안 후보는 24일 발표한 정책공약집 ‘국민이 이긴다’에서 복지 관련 공약에 연간 21조5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초연금 확대와 아동수당 도입, 노인 일자리 확대 등에 12조2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와 유아교육의 공교육 강화에 4조5000억 원이 더 든다. 문 후보의 복지 공약에는 더 많은 추가 재정을 필요로 한다. 문 후보가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보낸 정책답변서에는 복지 관련 공약에 24조3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런 계산이 부정확해 실제로 집행될 때는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기초연금 30만 원 확대에 연 4조4000억 원, 아동수당 도입에 2조6000억 원, 노인 일자리·수당 2배 확대에 8000억 원이 든다고 밝혔다. 이를 더하면 7조8000억 원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이 세 가지 공약에다 장애인연금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을 합쳐 12조2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약 재원을 추계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 알맹이 빠진 재원 조달 방안

나라 살림에 부담을 지우는 공약은 다른 분야에서도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주택이다. 문 후보는 24일 주택 공약을 내놓으면서 공적 임대주택을 연간 17만 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안 후보는 청년희망 임대주택 5만 채 등 20만 채를 매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에 대해선 뚜렷한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임대주택 건립 위주의 주택 공약이 자칫 공공 분야의 부채를 급속도로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 임대주택 1채를 건립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1억3000만 원가량인데, 입주자 보증금(평균 2000만 원) 정도를 제외하면 정부 예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재정이 투입된다. 2013년 106조 원(금융부채 기준)으로 불어난 부채를 관리하느라 LH가 큰 홍역을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등 수도권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마땅한 택지가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주요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노인 의료비 부담 경감 △본인 부담 상한제 실시 등 의료비 관련 공약들은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건강보험 재정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 주택 등 대규모 재정투입 공약이 나오고 있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두 후보 모두 재원 조달 방안으로 ‘재정개혁’과 ‘조세개혁’을 꼽았다. 하지만 조세개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 후보는 세법 개정과 탈루세금 과세 강화로 12조2000억 원을 더 마련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안 후보는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를 강화하고 초고소득층에 대한 누진세율 적용을 세분하는 등의 세법 개정을 통해 12조600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공약을 감당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기대만큼 높아지지 않으면 재정 확대에 따른 적자 부담이 바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천호성 / 박성민 기자
#공약#복지#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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