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특징은 지속성에 있다. 단절되지 않고, 언제나 일상과 호흡한다. 미국인들이 메이저리그를 ‘national pastime(국민 오락)’이라 칭하는 것도 그래서다. 야구는 ‘everyday sports’다. 정규시즌이 매일매일 열리고, 포스트시즌이 이어진다. 겨울에는 스토브리그가, 봄에는 스프링캠프가 순환한다.
야구는 보수적이다. 지금, 20년 전 프로야구를 봐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야구는 진화한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화제를 생산하고 다시 우리 삶으로 침투한다. 2011년 토끼해, 야구가 우리에게 가져다 줄 이야기보따리는 무엇들일까.
“9·10구단 탄생은 천재일우의 기회”
①신생구단
야구계의 1월을 지배할 ‘메인테마’다. 당장 연초에 이사회가 열리면 9구단 나아가 10구단의 실체, 가입 승인여부와 연고지 확정, 나아가 어떻게 리그에 연착륙시킬지에 관한 방편까지, 현안이 현안을 낳을 메가톤급 사안이다. 일단 엔씨소프트와 창원이라는 실체가 나타난 9구단의 추이, 베일에 가려진 10구단의 탄생 여부, 아울러 넥센 안건까지 ‘패키지’로 엮어져서 야구판의 새판짜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 야구계에서는 “백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의견이 겉으론 주류지만 막상 9·10구단이 현실화되면 그 과정에서 ‘기득권’을 일정 부분 희생해야 될 기존 8개구단의 ‘균형잡기’는 굉장히 미묘해질 수 있다.
김경문 등 계약만료 감독들의 4강 전쟁
②4강 전쟁 그리고 감독들의 생사
지난 스토브리그는 선수 이동이 아니라 감독 교체가 이슈를 점했다. 이 ‘이상기조’는2011시즌에도 이어질 개연성이 짙다. 2011년의 향배에 따라 향후 프로야구판의 연쇄 권력이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시장에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나와 있는 가운데 SK 김성근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만료된다. 또 롯데 양승호, 삼성 류중일 두 명의 신임 감독이 치중하는 컬러와 성적표는 예측불허다. 체제를 존속하기 위해 봄부터 전력질주를 벌여야 되는 필사의 레이스에서 SK∼삼성∼두산∼롯데의 기존 4강 체제를 흔들 팀은 KIA∼LG∼넥센∼한화 중 어디일까. 타격 7관왕 이대호, 올시즌 활약상은?
③이대호&류현진의 궤적
프로야구 판도를 개인으로 좁히면 역시나 타자는 롯데 이대호, 투수는 한화 류현진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2010년 홈런 타점 타율 장타율 출루율 득점 최다안타 등 타격 7관왕의 압도적 시즌을 보낸 이대호의 위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감독의 야구, 팀의 야구가 주류를 점한 한국 야구에서 이대호는 스타의 야구, 선수의 야구 명맥을 이어가는 존재와 같다. ‘한국의 스티브 칼튼(1972년 필라델피아는 59승을 거뒀는데 이 중 27승을 칼튼이 해냈다)’처럼 각인된 류현진이 과연‘팀이 한화’라는 핸디캡(?)을 얼마나 극복하고, 몇 개의 타이틀, 어느 수준의 기록을 남길지도 흥미롭다. 또 류현진‘필생의 라이벌’인 SK 김광현과의 선발 맞대결 성사 여부, 과연 둘 중 누가 더 많은 타이틀을 따낼지 해도 해도 지루하지 않은 얘깃거리다. 찬호-승엽 오릭스서 한솥밥…추신수 올해 연봉은 얼마?
④해외파
같은 유니폼을 입고 박찬호는 던지고, 이승엽은 휘두른다. 한국야구의 투타 아이콘이 일본프로야구 정벌을 위해 뭉쳤다. 일본 퍼시픽리그 오릭스의 기획 작품이다. 오릭스는 전력 보강과 한국팬들의 관심 흡수라는 양수겸장의 포석을 펼쳤다. 이승엽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박찬호는 가족을 위한 배려와 커리어 다변화 차원에서 오릭스의 손을 잡았다. 지바롯데 김태균, 야쿠르트 임창용과 더불어 과연 어느 정도 성적을 낼지 벌써부터 흥미를 증폭시킨다.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와의 재계약 협상이 관심사다. 연봉조정신청까지 불사해서 1년 계약만 하는 것이 기본노선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3년 연속 20홈런-20도루 타율 3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이대호·정대현 올시즌 후엔 ‘FA 대어’
⑤FA 시장
과 거 2년 FA 선수 이동은 없었다. 출혈을 감수하고서까지 데려올 만한 매력 넘치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스토브리그에서는 롯데 이대호, SK 정대현 이승호, 한화 마일영, LG 조인성, 두산 김동주 등 ‘월척’들이 대거 출시 예정이다. 특히 이대호는 야구계의 지형까지 바꿔놓을 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부산야구의 상징적 존재이기에 ‘당장 2011년 예비 FA 연봉이 얼마냐’부터가 궁금증을 일으킨다. 해외진출 소문도 끊이지 않을 듯하다. 이밖에 FA 시장에서 대우받는 투수들, 특히 특급 불펜요원들이 시장에 나오는 점도 2011년 겨울을 뜨겁게 달굴 요소들이다.
프로 첫 발 한화 유창식의 성적은?
⑥신인
단 연 한화가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유창식이다. 유창식의 미래를 놓고는 류현진∼김광현의 계보를 이을 ‘좌완 괴물’이라는 기대에서부터 ‘2006년 최고 신인은 유원상이 아니라 류현진이었다’는 1순위 거품론까지 다양하다. 광주일고 재학 시절, “슬슬 던져도 못 친다”라는 극찬을 받았던 유창식의 구위가 과연 프로에서는 어디까지 통할지 흥미롭다. 이밖에 LG 임찬규, 넥센 윤지웅, 삼성 심창민 등 2011년은 루키 투수 쪽에 시선이 쏠린다. 고교선수 학습권 보장…주말리그제 도입
⑦주말리그제
새해 아마야구 최대 변화는 고교야구 주말리그제 도입이다. 취지는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이다. 평일에는 공부하고, 주말·공휴일·방학 때 경기를 하자는 요지다. 토너먼트 전국대회는 리그제로 전환되고, 전·후반기로 나눠 왕중왕전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과연 리그제를 치를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는지, 개인성적으로 대입을 결정하는 제도가 올바른지’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또 주말리그제 도입으로 오히려 평일에 더 운동만 하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