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차 의료기관 소속 의사들이 적은 월급 등을 이유로 대거 빠져 나가는 데다 병원측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감한 시설투자를 하지 못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어 의료 시스템이 왜곡될 것으로 우려된다.
▽2차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20일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구의동 방지거병원은 의약분업 이후 인건비 증가 및 방만한 운영으로 6월 말 최종 부도처리됐다. 또 목포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목포 가톨릭병원(2차 진료기관)도 지난달 중순 경영난과 이로 인한 노사분규로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병원협회는 “의약분업 이전인 1999년에는 2차 의료기관의 도산율이 6.5%였으나 금년의 경우 10.3%로 추산되고 있다”며 “2차 의료기관의 상황을 정부가 방치한다면 생존권을 위해 대규모 시위 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점〓방지거병원 전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환자가 줄어들면서 고가의 의료장비를 도입하고 제2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시설투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며 “특히 이름있는 의사들이 빠져나가자 ‘환자 이탈’ 현상까지 생겨나 최종 부도가 났다”고 말했다.
최고 70여명에 달했던 이 병원 의사 수는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이 ‘나홀로 개업’에 나서면서 부도 직전 50여명으로 감소했다. 환자들도 급감해 내과의 경우 4개에서 1개로, 소아과는 5개에서 3개로 축소했지만 회생하지 못했다는 것.
의사 부족으로 인건비는 급상승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600만원이던 2차 의료기관의 내과 과장 월급이 최근 1000만원으로 뛰었고 여기에 성과급까지 지급하고 있다”며 “100∼300%까지 인건비를 올려도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병원의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동네병원에 비해 열악한 것도 경영난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외래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인 경우 동네병원은 3000원(정액)을 내면 되지만 중소병원은 환자부담이 40%에 이른다는 것. 이는 대형 종합병원(50%)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어서 중소병원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네의원과 종합전문병원은〓2차 의료기관의 상황이 악화되자 의사들이 동네의원 개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3월 현재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의 수는 2만1834개로 작년보다 21.3%가 증가했다. 이는 과거 10년간 의원 수 증가율 6∼8%대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것. 동네의원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도 2차 의료기관의 ‘인력이탈’을 가속되는 요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원 1곳당 약제비를 제외한 건보 급여비 수입이 의약분업 이전(2000년 상반기) 9284만원대에서 분업 이후(2001년 상반기) 1억3738만원으로 48%나 높아졌다.
대학병원을 포함한 3차 의료기관의 경우는 진료를 위해 2,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환자 적체’ 현상이 여전하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