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생 인수' 의혹의 실체를 밝혀라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41분


한화그룹의 대생 인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두 차례 결정이 보류됐다가 표결을 통해 5 대 3으로 가결됐을 만큼 논란이 분분한 사안이다. 공적자금이 3조5000억원이나 투입돼 악성 부채를 걷어내고 흑자를 내는 초대형 보험회사를 정권말기에 특정 재벌그룹에 넘기는 데 대해 업계에서도 의혹의 눈초리가 없지 않았다. 자산 10조원대의 한화가 자산 26조원의 대생을 인수했으니 붕어가 가물치를 삼킨 모양이 됐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에 정권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폭로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정 의원은 한화그룹 김승연(金昇淵) 회장이 계열사 사장, 청와대 비서관, 민주당 의원과 통화한 기록이라는 문건을 근거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 한화갑(韓和甲) 대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 등 실세들의 개입의혹을 실명으로 거론했다.

물론 정부는 인수를 희망하는 다른 국내외 기업이 없고 매각 주간사회사인 메릴린치가 평가한 기업가치 범위 가운데 가장 높은 값에 팔았다는 점을 들어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자위 최종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위원 5명도 관련부처 차관이거나 정부에 가까운 인사들이었다. 또한 이 같은 대규모 기업 거래를 실무 차원에서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정부 권력층의 깊숙한 관여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그동안 한나라당 정 의원의 폭로가 틀린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이번 주장은 앞의 정황들에 비추어 전혀 근거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 의원 말대로 한화가 대생을 인수하는 과정에 권력의 실세가 개입했고 불법로비가 작용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 의원이 국감장에서 보여준 문건의 진실여부가 입증되어야 한다. 만일 정보기관이 아직도 이런 도청 문건이나 만들고 있다면 이는 정부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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