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 임원 선거를 학년말에 실시하고, 초등학교에서는 3월에 선거를 치르고 있다.
학부모는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의 선거풍토와 달리 좀 더 깨끗하고 정당한 분위기에서 선거를 치러주길 바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선거도 어느새 어른들을 닮아가는 듯하다.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자신의 정견이나 공약을 담은 연설문을 스스로 작성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학교와 친구들을 위한 공약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글쓰기 전문가에게 연설문 작성을 부탁하고 연설 지도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 생각과 주관이 없는 리더가 올바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물론 부모와 상의해가면 스스로 공약을 만들고 연설문을 직접 작성해 선거운동에 나서 당선된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학생과 학교를 위해 ‘머슴이 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는 한 학생의 학부모는 “며칠동안 아이와 함께 공약을 생각하고 연설문도 함께 수정해가면서 작성했다. 공약이란 학교와 학생들과 함께 해나갈 수 있는 것이어야지 돈을 써가며 급조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선거운동 방법에 있어서도 기성세대를 뺨치는 경우가 있다. 학생 후보가 선거참모를 동원해 친구들을 불러모아 먹을 것을 사주기도 하고, 선거참모들이 기성세대의 선거에서처럼 똑같은 옷을 맞춰 입고 선거운동을 하기도 한다.
물론 각 학교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있어서 선거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실제로 선거 운동원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학생들은 선거를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피부로 체험하는 것인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방자치 실시 10년을 맞아 학교가 이제부터라도 시민사회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의 시민교육에 더욱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전기옥(41·인천시교육청 초등교육발전협의회 학부모위원·koj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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