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이 굳건히 지켜온 ‘빅 3’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규모와 기술력 경쟁을 위한 업체들의 이합집산이 활발해지면서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한국은 휴대전화 분야 대표주자인 삼성전자가 올해 3·4분기(7∼9월)에 세계 단말기 시장 점유율 4위에 올라 선두권 추격에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뒤에서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마쓰시타와 NEC 등 후발주자들이 강력히 도전해오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너진 ‘빅 3’체제〓휴대전화 단말기 분야의 3강(强) 체제는 올들어 사실상 무너졌다. 스웨덴의 에릭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키아 모토로라와 함께 3강 업체로 군림해왔지만 1,2위 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져 삼성전자와 지멘스에 쫓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만 710만여대의 단말기를 팔아 에릭슨을 40만여대 차이로 추격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7.5%)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5%포인트나 높아지는 등 성장세가 빨라 3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활발한 이합집산〓에릭슨과 소니는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을 통합해 단말기 분야 선두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합병회사는 연간 5000만대의 단말기를 팔아 72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
에릭슨은 지난해 2조원의 적자를 본 단말기 제조부문을 축소하면서 소니의 높은 브랜드력을 발판으로 정상권 진입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3세대 단말기 분야의 원천기술 보급을 늘리고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확보하는데도 소니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니는 세계 최강의 원천기술 보유사와 손잡음으로써 세계 시장 진출 전망이 밝아진 상태. 일본 기업들은 NEC와 마쓰시타가 단말기 공동개발에 나서는 등 ‘빅3’ 체제의 붕괴를 틈타 3세대 중심의 세계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국제적 ‘짝짓기’에서 빠져 있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이런 움직임이 적잖게 부담스러운 편.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팬택의 박병엽부회장은 “본격적인 ‘규모의 경쟁’이 시작됐다”며 “단말기 한 모델을 1000만대이상 찍어내는 생산능력으로 강력한 구매력을 갖춘 외국업체에 맞서려면 한국기업들도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규격 개방의 영향〓노키아의 기술 규격 개방으로 단말기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 노키아의 기술개방 움직임에는 AT&T와이어리스, mm02(종전 BT셀넷), NTT도코모, 보다폰,마쓰시타,모토로라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과 서비스사들이 가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과 중국 기업들의 기술습득 속도도 빨라져 한국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보다 서비스 업체의 브랜드가 중시되는 단말기 시장의 새로운 흐름도 변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상오 책임연구원은 “NTT도코모나 보다폰 SK텔레콤 등 서비스사 브랜드가 떠오르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규모의 경쟁력 및 브랜드는 약하지만 생산 능력이 우수한 한국 중견기업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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