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이론은 원래 물리학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화학반응이나 기상현상은 물론 전염성 질병의 역학, 주식시장의 변동, 신경계의 회로망 구성에서 각종 사회현상들의 분석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원래 수학자이지만 어찌 보면 인문학자의 냄새가 더 풍성한 김용운 교수의 저서 ‘카오스의 날갯짓’에는 이 혼돈의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가 음미해봐야 할 내용들이 언뜻 어지럽게 보이나 일관된 논리체계를 따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책의 구성마저도 마치 복잡계의 논리를 따른 듯 흥미롭다.
저자는 이 책에서 록인(lock―in) 이론을 비롯한 다양한 복잡계 이론들을 원형사관, 노장 사상, 불교철학 등과 접목시켜 우리 사회의 역사와 병폐를 해부한다. 그리곤 단순히 ‘고인 물’ 또는 뿌리 채 뒤흔드는 혁명보다는 적절한 요동과 그런 자극에 민감하게 변화할 수 있는 구조개혁을 미래에 대한 우리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수학적인 개념의 카오스가 실제 자연계에 어느 정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 실체와 중요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밀턴이 이미 300여 년 전 ‘실락원(1667)’에서 예측한 일이다. “카오스의 심판관이 군림하며 문제를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의 곁에 앉아 있는 더 높은 심판관인 ‘우연’이 모든 걸 지배한다.”
카오스는 ‘우주’ 또는 ‘질서’를 의미하는 코스모스의 반대 개념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카오스의 가장자리’에 서면 변화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으로 인해 훨씬 더 풍요로울 수 있다.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나비의 날갯짓도 초기 조건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끝내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데, 요즘 우리 사회의 정치적 변화는 엊그제 내린 폭설 마냥 거칠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정치가 지금 카오스의 가장자리에서 ‘질서를 낳는 혼돈’의 진통을 경험하고 있는 것 뿐이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최재천(서울대 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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