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회견 "美, 對北조치 한국의견 최우선 고려를"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7시 06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지난해 12월 31일 신년 기자간담회는 그의 분야별 국정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는 특히 “1월 중 북한 핵문제에 대한 (나의) 계획을 발표해, 북한과 미국을 포함해 주변 여러 나라가 그것을 하나의 전제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노무현식 대북정책 마지노선’을 구상 중임을 시사했다.

▽북한 핵 및 한미공조=‘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이란 표현을 사용해가며,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당당한 자주외교’의 일단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는 한국민의 사활적 이해관계로 다가올 수 있는 만큼 미국의 (대북) 조치나 한미일의 공조에서도 한국의 의견이 최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지도자인 자신이 한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주권국가의 위엄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한미간 오해나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에 대해 “한국이 답답한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날 발언은 ‘9·11 테러’ 이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의 대북 인식과 적지 않은 차이가 있어 향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조율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장기적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30일 계룡대 발언에 대해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 같은) 중대한 국가적 문제에 대해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나 프로그램이 잘 준비돼 있지 않은 것 같아, 경고는 아니지만 일종의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었다”며 “그런 것이 준비돼 있어야 국민이 국방부 또는 군을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주한미군 감축은 한국의 동의가 아니라, 미국의 국방전략 변화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주한미군 감축이란 외생적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병력 체계나 한미연합사의 작전지휘권 문제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음을 밝혔다.

▽상속 증여세 철저 징수=이들 세법에 대한 완전포괄주의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완전포괄주의란 타인에게 자산을 넘겨주는 행위의 대부분을 상속이나 증여로 간주해 적극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그는 이어 “집단소송제는 아주 제한적으로 시작하자는 것인데, 실시하면 혼란이 생길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면서도 “언제 어떻게 실시할지는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2월 중 이 문제를 다룰 태스크포스팀을 인수위 안에 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 여부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추진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돼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면 꼭 국민투표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그러나 10년 이상 진행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국민적 합의를 얻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 고의로 투기한 사람이 이득을 얻는 일은 없도록 법적 행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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