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또 '삐끗'…美 특사파견 더 늦어질듯

  • 입력 2002년 8월 14일 00시 07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31일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외무장관 회담에서 만난 이후 2주일이 되도록 미국의 특사파견을 비롯한 북-미 대화 재개에 관한 미국측의 신호가 없어 궁금증을 낳고 있다.

백남순 외무상은 북-미 외무장관 회동이 끝난 직후 “양국이 대화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파월 장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및 국가안보회의(NSC)의 다른 멤버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3일 미국의 핵시설 사찰 허용 요구를 거부하고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북한측의 경고는 잭 프리처드 대북특사가 지난주 경수로 콘크리트 타설식에 참석해 북측에 핵사찰 수용을 전에 없이 강하게 요구한 데 따른 반발로 보이지만 어떻든 북-미대화에 좋을 것은 없다는 분석들이다.

워싱턴 타임스는 12일 미국이 북-미대화 재개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는데 대해 “미국은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일련의 외교적 유화조치를 취하게 만들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남북 장관급 회담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15분간에 불과했던 파월 장관과 백 외무상과의 짧은 만남만으로는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 대화에 나선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미 외교안보팀 내부의 이견으로 온건파인 파월 장관의 대북 유화책이 강경파에 의해 다시 제동이 걸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NSC의 한 관계자는 “파월 장관은 브루나이에서도 매일 콘돌리자 라이스 NSC 보좌관과 통화하며 백악관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말해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부시 행정부는 대(對)이라크 공격 문제, 경제 불안, 중간선거 등 더 시급한 현안 때문에 당장 북한과 대화에 나설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 특사의 평양 파견은 빨라야 다음달에나 가능할 것으로 워싱턴 외교가에선 보고 있다. 또 북측이 이날 “제네바 합의 파기” 운운했지만 특사 파견이 이뤄지면 양측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